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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가 대전환기의 힘찬 출발점에 섰다.
체육계가 5일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통해 초대 통합 회장으로 선택한 이는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61)이다,
신임 회장의 당선은 그 과정-결과부터 이전과 크게 다른 의미와 위상을 갖는다. 제39대 회장 선거까지는 각 종목·시도단체 대표로 구성된 50여명 대의원이 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대통합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1405명의 선거인단을 꾸렸다. 체육계 전반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은 조선체육회가 설립(1920년)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100년에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백년대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 할 이 회장. 시작이 반이다. 그의 비전과 정책에 체육계 대통합의 성패가 달렸다.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국민을 비롯, 전문 선수들도 그의 시작을 주목하는 이유다.
새로운 패러다임…기초부터 튼튼히
체육회 통합의 취지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복지 개념의 국민 스포츠를 권장하면서 우수 인재를 발굴, 스포츠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는 더 이상 별개의 몸이 아니다. 선진국 스포츠 시스템에서 벤치마킹했다. 강영중 회장은 이날 선거 전 격려사에서 "통합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다. 이원화된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상호 유기적으로 선순환해 보다 선진화된 체제로 나아가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서는 기초, 밑그림이 받쳐줘야 한다. 그 기초가 학교와 생활체육의 융·복합적인 발전이다. 생활체육을 활성화해 엘리트 체육의 살 길도 넓히는 구조. 한국 스포츠가 새로 개척해나가야 할 길이자, 방향이다. 신임 이 회장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공약도 구상했다. 그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토대로 하는 체육인의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방과 후 특활시간과 주말 스포츠 교실을 활용하는 등 학교체육을 살리고, 백세체육과 주민 복지를 위해 지자체에서 스포츠 커뮤니티를 구성케 해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선진국들은 지자체에 간이 체육시설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게 하고 스포츠 강사를 배치해 몸에 맞는, 바른 스포츠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면 체육 전공자와 은퇴선수들의 활용 방안이 대폭 확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 회장은 직장 체육동호회에 체육지도자,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적으로 두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직장 체육동호회와 클럽 등이 4000여개에 달하지만 전문적인 지도자가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어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제대로 된 룰을 숙지하기 힘든 구조다. 그만큼 생활체육에 대한 흥미도 반감된다. 이 회장은 직원식당에 영양사를 배치하듯 직장 동호회에도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를 둬 직장인 복지를 증진시키고 체육인의 일자리를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밖에 이 회장은 체육단체 재정자립·확충과 자율성, 엘리트 체육인의 지위 향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드는 방대한 예산은 스포츠토토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 회장을 통해 달라지는 한국 스포츠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면한 집안 정리에도 발벗고 나서야
이번 선거 결과는 신임 회장에게 새로운 숙제도 안겨줬다. 그가 획득한 표는 892표 중 294표. 5명의 후보가 난립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67%는 이른바 이 회장 편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를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등의 혼탁 분위기가 만연하지는 않았다. 신임 회장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표심을 명심해야 한다. 통합을 위한 초대 수장이 분열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열림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회장이 당선 소감을 통해 "회장이 아니라 머슴으로서, 일꾼으로서 앞장 서 달려나가겠다. 문체부와의 관계도 대화로 회복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희망적인 대목이다.
이와 함께 중대한 집안 문제는 엘리트-생활체육, 두 체육계의 화학적 결합이다. 두 단체가 통합된 것은 지난 3월이지만 아직까지 알력과 기싸움, 위화감이 존재하고 있다. 체육계에서는 정부 주도로 통합을 너무 물리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볼멘소리가 팽배해 있다. 이제 통합 회장이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체육인들은 "둘의 융화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하지만 그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회장의 역량에 달려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생활체육 중심의 선진형 시스템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내 밥그릇' 생각에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어느 한 쪽 우선시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과 역할을 교통정리해주는 통합 매뉴얼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통합 회장 주재로 엘리트-생활체육 대토론회 등 양측의 상생방안을 모색하자는 방안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현재 두 집 살림을 한 집에 둬서 살림이 어지럽다. 세간살이를 제자리에 비치하고, 청소하고, 온기가 돌게 해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올림픽홀=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