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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제51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2분8초27을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는 "주종목은 1000m다. 그러나 1500m를 타면 1000m에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사실 박승희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승희는 자타공인 '도전의 아이콘'이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박수를 받으며 쇼트트랙 정상에서 내려온 박승희는 '도전자' 자격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 발을 내디뎠다.
출발은 좋았다. 박승희는 전향 첫 해 발군의 성장을 거뒀다. 본인 스스로 "재미있게 탔다. 성적도 쑥쑥 늘었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은 흐릿해졌다. 재미와 도전보다는 성적과 기록에 집착하게 됐다.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경기다. 점점 욕심이 생겼다"며 "2018년 평창 대회는 점점 다가오는데 마음처럼 빨리 늘지 않아서 힘들었다. 기록의 벽이 느껴졌다.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종의 슬럼프. 박승희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는 "비시즌 동안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생각을 많이 했다. 불안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를 갖기로 했다"며 "쇼트트랙에서 정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순간이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 후회 없는 도전을 위해 즐기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승희는 인터뷰 내내 평창 대회에서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박승희는 끊임없이 '즐기겠다'며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천재도 노력파도 즐기는 자를 당할 수는 없다. 빙판을 즐겁게 지치는 스케이터 박승희, 그의 힘찬 도전은 계속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