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양궁 장혜진-사격 진종오, '리우 오누이'의 달콤한 이야기

기사입력 2016-12-29 18:05


양궁 장혜진(왼쪽)과 사격 진종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찬란한 8월이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진 '지구촌의 축제' 제31회 하계올림픽에서 장혜진(29·LH)과 진종오(37·KT)는 신이 정해준다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물 아홉 늦깎이 국가대표와 생애 처음으로 밟은 올림픽, 그리고 개인-단체전 2관왕, 대역전 드라마로 세계 사격 역사상 첫 올림픽 3연패 달성 등 풍부한 스토리는 장혜진과 진종오만이 쓸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스토리였다. 스포츠조선은 2017년 정유년을 맞아 '리우 오누이' 진종오-장혜진과 함께 4개월 전 달콤한 추억을 돌아봤다.

금메달은 장혜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출중한 미모를 겸비한 장혜진은 "리우올림픽 이후 내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며 웃었다.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장혜진은 "이제 행동도 더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 운동도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4개나 따낸 진종오의 대답은 재치만점이었다. "예전에는 '저 사람 어디서 봤는데…'란 느낌이었다면 올림픽을 네 차례 출전하니 이젠 확실히 내 존재를 알아주더라."



올림픽 이후 장혜진은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각종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장혜진은 "신기했다.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이 들어왔을 때 '나한테 들어왔다고?'라며 놀랐었다. 역시 유명해지니 연락이 오는구나라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서 재치있는 말을 해야 해서 힘들더라. 이 때까지 해왔던 양궁이 더 쉬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예능 선배' 진종오가 조언을 툭 던진다. "혜진아,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방송에서 불러줄 때가 행복한거야.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

재미있는 상상도 했다. '서로가 종목을 바꿨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진종오는 당당했다. 그는 "내가 양궁 선수를 했다면 국가대표까진 했을 것 같다. 한국에 양궁을 잘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워낙 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혜진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내가 사격을 했다면 잘하지 못했을 것 같다. 성격이 급하기도 급하지만 집중을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어 "리우에서도 바람을 잘 이용해야 했다. 꾀를 부려서 쐈는데 사격은 외부요인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자 진종오는 오빠답게 장혜진의 기를 살려준다. "사격에도 실외 종목이 많다. 또 양궁과 사격은 비슷한 점이 많다. 양궁애서 금메달을 땄는데 사격을 했다고 해서 못하겠냐."



올림픽이 끝난 지 4개월여. 그러나 이들의 눈은 벌써 4년 뒤 도쿄올림픽을 향해 있다. 진종오는 "그간 다 이룬 것 같지만 아시안게임 개인 금메달이 없다. 꼭 한 번 따보고 싶다"며 "올림픽 최다 메달 경신 욕심도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또 도쿄까지 가고 싶다. 이왕 하는 김에 끝을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혜진 역시 "역대 한국 양궁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해보고 싶다. (기)보배가 이번에 대기록을 이루려고 했는데 내가 방해하는 바람에…"라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인터뷰 중간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얘기를 하다 갑자기 대화의 주제가 장혜진의 남자친구 유무와 결혼 계획으로 전환됐다. '4년 안에 결혼하게 된다면 도쿄올림픽을 포기하겠냐'는 질문에 장혜진은 "결혼을 해도 자기관리만 잘하면 선수생활에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진종오가 "혜진아, 언제 결혼하니?"라며 돌직구를 던진다. 당황한 표정의 장혜진은 "결혼 적령기다 보니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남자친구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리우', 장혜진과 진종오에게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단어다. 그래서 '다시 리우에 가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진종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다. 경기만 하느라 브라질이란 곳을 너무 사업차 다녀온 느낌이다.(웃음) 좀 즐기고 싶기도 하다. 금메달 딴 장소에 가서 당시 짜릿함을 회상하고 싶다"고 했다. 장혜진은 진종오와 반대다. 그녀는 "다시 활을 쏘러 간다면 가겠지만 놀러가는 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양궁장 근처가 워낙 위험했다. 다시 한 번 올림픽을 재현한다고 하면 리우에서 활을 멋지게 쏘고 싶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2016년을 최고의 한해로 만든 '리우 남매'의 유쾌한 수다. 정유년 새해도 좋은 기운으로 가득 채워줄 스포츠 영웅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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