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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삿포로는 그의 운명이 아니었다.
최다빈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중에서도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금메달을 딴 25일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를 장식했다. 예쁘장한 얼굴로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말 그대로 반전 드라마였다. 최다빈은 올 시즌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두 차례 나선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각각 7위와 9위에 그쳤다. 그 사이 박소연과 김나현이 치고 나갔다. 박소연은 지난해 그랑프리 프랑스트로피에서 개인 최고점(185.19점)을 쓰며 5위에 올랐다. 김나현도 종합선수권에서 최다빈을 제치고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대타로 기회를 거머쥔 최다빈에게 기대를 거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다빈은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사고를 치며 '포스트 연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대성공이었다. 쇼트프로그램 완성 후 2주 만에 나선 2017년 4대륙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61.62) 프리스케이팅(120.79) 총점(182.41)에서 모두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 치웠다. 자신감을 얻은 최다빈은 삿포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프로그램 교체와 원정경기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경쟁자인 일본의 혼코 리카(161.37점)를 압도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나현은 "좋은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 집중하기 위해 참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연습한 것을 다 보여줬다"는 그의 말처럼 후회없는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이제 최다빈의 시선은 다음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향한다. 또 한 번의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발목 부상을 하고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한 김나현이 출전을 포기하며 최다빈에게 찬스가 왔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최다빈이 10위 안에 들면 한국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최다빈은 이미 해법을 알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운명을 바꾼 그의 말이기에 믿음이 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