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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에 새로운 '여인천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알리는 청신호가 13일(한국시각) 끝난 전영오픈과 독일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성인대표팀 여자복식의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공항공사)는 영국 버밍엄에서 벌어진 2017년 전영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결승서 덴마크의 카밀라 리터 율-크리스티나 페데르센을 2대0(21-18, 21-13)으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전영오픈은 배드민턴 종주국 영국에서 1899년 시작돼 118년의 역사를 가진 배드민턴 세계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2년 남자복식 정재성-이용대 이후 5년 만이다. 여자복식이 전영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2008년 이경원-이효정 이후 9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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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남자복식이 전성기를 주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주봉(일본대표팀 감독)-김문수(성남시청 감독)를 시작으로 김동문-하태권, 정재성-이용대, 유연성-이용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남자복식 전문이던 이용대 신백철이 작년 리우올림픽 이후 은퇴하면서 남자복식 강세가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단짝' 이용대를 잃은 유연성(수원시청)은 김기정과 새로운 조합을 꾸렸다. 신생 복식조라 아직 세계랭킹 중위권에 들지 못했다. 한국이 이번 전영오픈에 처음으로 남자복식팀을 출전시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연성-김기정 등 신생조는 앞으로 다른 국제대회에서 예선 라운드를 거쳐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랭킹 포인트를 축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리우올림픽 이후 은퇴 자원이 여자선수 중에서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상위권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서 '우먼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전영오픈에서 장예나-이소희가 우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경은-신승찬, 장예나-이소희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결승까지 진출하면 성공이라고 예상한 게 사실이었다.
세계랭킹 5위인 장예나-이소희가 정경은-신승찬(세계 3위)을 4강에서 무너뜨린 율-페데르센(세계 2위)을 완파하고 깜짝 우승하면서 국내 여자복식끼리 경쟁구도를 가열시켰다. 여기에 여자단식 성지현은 기복이 심한 남자단식과 달리 국제대회에서 여전히 우승후보로 평가받는다.
리우올림픽 이후 명예회복을 노리는 한국 배드민턴으로서는 기분좋은 '우먼파워'의 약진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