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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창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한국과 이탈리아의 3~4위 결정전,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종료 3분 전 '빙판메시' 정승환의 킬패스를 받아 '검투사' 장동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밀어넣은 퍽이 기적처럼 골망을 갈랐다. 짜릿한 결승골,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가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의 꿈을 이룬, 역사적 순간이었다. 낮은 썰매에 탄 선수들이 얼음판에서 스틱을 두드리며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강릉하키센터의 관중이 목놓아 애국가를 합창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평창2018을 통틀어 가장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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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안방' 평창패럴림픽을 앞두고 쏟아졌던 투자와 관심, 지원들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2022년 베이징패럴림픽 '평균연령 39.2세'의 한국은 개최국 중국에 밀렸고, 4강 사수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서도 중국에 2대7로 패해 4강을 놓쳤다. '투톱' 미국, 캐나다가 건재한 가운데 평창서 한국에 패했던 체코는 신구 조화 속에 세계 3위를 꿰찼다. 강호 러시아가 전쟁으로 불참한 가운데 2017년 팀을 만든 후 '베이징 동메달'로 사기충천한 '젊은 피' 중국은 약진했고, 베이징패럴림픽 티켓을 놓쳤던 일본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B풀에서 우승하며 5년 만에 A풀에 복귀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패럴림픽을 목표로 10대 선수들이 성장중이다. 한국만 그대로다. 모두가 전진할 때 멈춰 있는 건 퇴보다. A풀도 어렵다는 우려까지 불거진다.
엘리트 체육, 단체종목 하향세는 올림픽, 비장애인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시드니하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8개로 종합 9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2021년 도쿄하계패럴림픽에서 종합 41위,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선 노메달을 기록했다. 장애인체육 예산이 2005년 49억원에서 20년 만에 1000억원까지 늘었고,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과 인식도 달라졌지만 '헝그리'하던 시절에 비해 대다수 종목 경쟁력은 떨어지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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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의 짜릿한 폭풍질주, 평창의 기적같은 동메달이 구전동화가 될 위기다. 명백한 위기인데 알람조차 울리지 않는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대표팀은 7일 슬로바키아(세계 8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첫승에 도전한다. 미국, 중국의 A조 1~2위가 유력한 상황, A조 3위는 B조 4위, A조 4위는 B조 3위와 맞붙는다. 승리할 경우 5~6위전, 패할 경우 7~8위전에 나선다. 7~8위는 다음 시즌 B풀로 강등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