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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모 모투스(Homo Motus)'라는 말이 화두가 됐다. 라틴어로 '움직이는(Motivus) 인간(Homo)'이란 의미의 신조어는 여행, 운동, 문화생활 등 더 활발한 여가 활동을 즐기며 역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이들이 만들어 낸 트렌드를 뜻한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 인간 본능과 맞닿은 '호모 모투스'의 삶을 꿈꾸는 데 장애, 비장애가 따로 있을까. 이동의 자유, 운동의 자유, 장벽 없는 '모두의 스포츠'를 위해 세상의 문턱을 없애고, 디딤돌을 놓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스포엑스에서 만난 '장애인 체육인' 이용로 대표
장애인 생활체육이 중요하다면서 장애인의 운동을 가능케 하는 전문기구의 개발은 더디다. '도구'의 장벽에 '인식'의 장벽까지 더해진 탓에 장애인은 여전히 집 앞 헬스클럽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없다. 이용로 대표는 2002년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테니스 2관왕 출신 스포츠 재활 전문가다. 보디빌더 출신인 이 대표는 1990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후 스포츠를 통해 새 삶을 찾았고, 경기도 하남에 디딤터 재활운동센터를 열고 장애·비장애인의 운동 전도사로 활약해왔다. 30년의 노하우를 담아 스포엑스에서 선보인 운동기구 '파라핏(PARAFIT)'은 국내외 바이어들의 호응을 얻었다. 가슴운동 기구인 체스트 프레스, 어깨운동 기구인 숄더 프레스, 광배근 운동기구인 로우를 선보인 데 이어 상반기중 이두근, 삼두근, 승모근 운동기구를 출시할 예정. 휠체어를 탄 채로 운동이 가능하다. 휠체어 척수장애인이자 공인 운동처방사인 '당사자'가 직접 만든 제품인 만큼 손상부위, 잔존기능 정도, 체형 불균형 등 다양성을 고려했고, 몸통 지지대 앞뒤, 위아래 조절 등 맞춤형 조절 기능도 넣었다.
이 대표는 "휠체어장애인을 중심으로 장애-비장애인 모두가 쓸 수 있는 유니버설한 기구다. 사명감을 갖고 만들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장애인과 노인에게 운동은 건강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나도 작년 신장이식 수술 후 운동을 통해 회복하며 또 한번 느꼈다. 오직 운동만이 살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 많은 분들이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길 바란다. 내년 스포엑스엔 부스를 더 크게 만들어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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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라톤 '키움런' 만든 '무의' 홍윤희 이사장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이베이 홍보 임원 출신이다. 20년 가까이 몸 담은 회사를 그만둔 후 '장애를 무의미하게'를 모토로 사회적 협동조합 '무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사단법인이 됐다. 어느새 고3이 된 딸 지민이가 거침없이 세상을 누빌 수 있는, 장벽 없는 세상을 물려주고자 하는 '엄마 마음'이 시작점이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지도, 세상의 모든 문턱을 없애는 경사로 만들기,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추진한 '씩씩한 엄마'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모두의 마라톤 '키움런'. "러닝이 대세인 시대, 장애인들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맘껏 달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착안한 일. 키움증권과 서울시가 후원하고 무의가 주최한 '키움런' 5㎞·10㎞ 마라톤은 하루 만에 신청마감됐다. 참가비(2만5000원) 전액이 무의에 기부돼 '모두의 1층' 확대 , 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에 쓰인다는 컨셉트에 전국의 '착한 러너'들이 몰려들었다. 키움증권 홍보모델 고민시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턱돌이'의 응원 속에 휠체어와 유모차를 밀고, 가이드러너의 손을 잡은 이들이 함께 한강변을 달렸다. 경쟁보다 '함께'의 가치를 살린 '함께 러너' 제도에 섬세한 장애 접근성 요소가 반영됐다. 참가신청 페이지부터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고려했고, 모든 문구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휠체어 탑승가능 차량,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탈의실, 발달장애인 심신안정실이 운영됐고, 모든 무대에선 수어통역이 제공됐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휠체어 사용 러너 이모씨는 "처음 해보는 마라톤이라 자신이 없었는데, 도전하길 너무 잘 한 것 같다. 코스에 무리가 없었고 중간중간 파이팅을 외쳐주시는 분들과 함께 뛰면서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또다른 시각장애 러너는 "달리면서 느껴지는 봄꽃 향기가 너무 좋았다. 가이드러너와 함께해 어려움 없이 완주했다"며 미소지었다.
최보윤 의원(보건복지위)도 휠체어를 탄 채 '키움런' 5㎞ 마라톤에 직접 참가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홍 이사장님과 함께 활동했다. 장애인들이 마라톤에 참여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꽃길도 보고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휠체어를 타고 함께 달릴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완주 소감을 전했다. "국회에서 스포츠 향유권과 이동권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모두의 1층' 프로젝트도 초창기부터 함께해 애정이 크다. 문턱을 없애는 무의의 '경사로 활동'이 더 잘 되길 바란다. 저도 모두의 이동권, 모두의 운동권을 위해 늘 함께 하겠다. 키움런처럼 모두가 함께, 심장 뛰는 행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응원의 뜻을 표했다. 생애 첫 5㎞ 완주 메달을 목에 건 양문영 YG엔터테인먼트 홍보이사는 "무의 덕분에 내 인생에 없던 마라톤에 도전했다. 무의를 알고 난 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 '키움런'은 그런 의미에서 더 뜻깊었다"고 했다. "누군가를 돕거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 함께 달리는 일의 기쁨을 알게 해 준 감사한 기회"라고 돌아봤다.
몸도 마음도 부쩍 자란 '키움런'의 대성공,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키움런을 장애·비장애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통합적인 행사로 계속 잘 키워나가겠다"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