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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0일'김택수 선수촌장의 '자율훈련' 철학,선수-지도자 향한 믿음[진심인터뷰]

최종수정 2025-07-10 14:44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김택수 진천선수촌장(가운데)이 4일 SKT펜싱그랑프리 전하영(왼쪽) 대 김정미의 '한솥밥' 결승전을 앞두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전영지 기자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 이상을 한다."

자율적인 진천국가대표 선수촌 문화를 이끄는 '탁구 레전드' 김택수 촌장이 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4월 1일 제27대 국가대표 선수촌장'에 취임한 김 촌장은 1990년 베이징올림픽 남자단체전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단식 동메달,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선수, 지도자로서 태릉, 진천선수촌에서 34년간 잔뼈가 굵었다. 그럼에도 선수촌 수장으로서의 첫 100일은 달랐다. 김 촌장은 "100일을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100일이 1000일 같기도 하고, 선수촌에 온 지 일주일밖에 안된 것같은데 벌써 100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선수촌 직원들이 깜짝 파티로 100일의 여정을 기념했다. 김 촌장은 "직원들이 100일 파티를 열어주셨다. 생각도 못했는데 뭉클했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케이크, 꽃다발에 티셔츠도 주시고, 100일간 열심히 뛰어다녔더니 운동화가 다 낡았다며 새 운동화도 선물로 주셨다. 더 많이 뛰라는 뜻같다"며 미소 지었다.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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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100일간 김 촌장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신뢰, 소통, 존중 속에 '열린' 선수촌 문화를 만드는 일. 전종목 '의무'였던 새벽훈련을 부임 이후 종목 자율로 바꿨다. "선수들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훈련을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요즘은 폭염이라 종목별로 새벽훈련 날짜를 주 3일로 조정하기도 했지만 자율에 맡겼다고 참여율이 줄진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알아서 하면 더 잘한다"고 했다.

매일 훈련장을 쉼없이 돈 덕분에 각 종목 선수, 지도자들과 금세 가까워졌다. 스승의 날 즈음엔 선수촌 식당에서 지도자, 조리사, 조리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밥퍼' 배식 봉사에도 나섰다. 아빠, 삼촌같은 김 촌장에게 선수, 지도자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스스럼없이 할 말을 한다. "식당에서 수영 여중생 국가대표 김승원 선수를 마주쳤는데 '촌장님, 수영장 너무 더워요' 하더라. 스트레칭 공간에 에어컨을 추가 배치했다. 웨이트장 음료가 너무 빨리 떨어진다는 민원도 있어 냉장고도 추가로 넣었다"며 웃었다.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이상을 한다" '취임10…
김택수 진천선수촌장이 세계1위 일본 펜싱스타 에무라 미사키를 16강에서 꺾은 '반전승부사' 김정미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전영지 기자
김 촌장은 현장을 발로 뛰며 열린 선수촌, 소통의 문화를 몸소 실천중이다. "꿈나무, 후보 선수들에게 선수촌에서 선배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기회를 부여한 것도 현장 반응이 좋다. 외국선수들의 전지훈련 등 교류도 더 활발해졌다. 세계 최고의 시설에서 함께 훈련하며 대한체육회와 K-스포츠를 전세계에 알릴 기회이자 그 자체로 스포츠 외교다. 지방체육회, 각급 학교와 함께하는 선수촌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예약 열기가 높다"고 뿌듯해 했다. "선수들의 위탁교육을 맡고 있는 충북체고에도 다녀왔다. 교장선생님을 뵙고 우리 선수들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현역 촌장중 찾아온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선수촌에도 오시라고 초청했다"고 했다. "선수촌에서 인문학 강의도 하고, 오케스트라 공연도 하고, 선수들이 원하는 특강도 계속 준비중이다. 무더위를 날릴 '치킨데이' 이벤트도 계획중"이라고 귀띔했다.

신뢰와 소통, 존중에 기반한 자율을 강조하지만 취임일성대로 "훈련에는 타협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촌장은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이유도 좋은 성적을 위한 것이다. 국가대표에게 대충은 없다. 시켜서 100을 하는 선수는 스스로 하면 100 이상을 한다. 100 이상을 끌어내기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촌장의 임기중 가장 먼저 맞게될 스포츠 메가 이벤트는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이다. 지난달 직접 밀라노, 코르티나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온 김 촌장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훈련중이고 스피드스케이팅은 강원도 양양 촌외훈련중이다. 평창선수촌과도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동계종목 출전권이 아직 확정되지않았지만 이미 훈련부에선 동계올림픽 역대 성적, 종목별 목표와 예상 성적에 대한 분석이 돼 있다. 종목별 맞춤형 지원을 위해 체육회가 선제적으로 종목단체에 필요한 부분을 취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임기 중 첫 100일, 첫 단추를 끼운 김 촌장은 새 운동화를 신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내가 추구하는 비전을 선수, 지도자, 체육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 꾸준히 추진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과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도 선수, 지도자들과 잘 준비하겠다. 국민들에게 감동과 위로, 웃음을 드리는 국가대표가 되겠다. 우리 선수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당부드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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