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만리장성을 두 번 뛰어넘고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혼합복식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국민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의 미담은 끝이 없다.
WTT파이널스 홍콩 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11일 전주 어울림국민센터에서 개막한 제24회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배 전국장애인탁구대회 현장에 '당진 해나루 신유빈쌀' 350포대가 깜짝 배달됐다. 상큼한 미소의 어여쁜 '삐약이' 등신대에 '전국장애인탁구대회에 참여한 모든 여러분을 유빈이가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 있었다.
신유빈은 WTT 파이널스 기간 중 열린 전국장애인탁구 대회를 잊지 않았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동메달 직후 충남 당진 해나루쌀 모델로 발탁된 신유빈은 연말 장애인탁구 대회 소식을 듣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출시된 '신유빈쌀'을 선물로 준비했다. 참가선수 300여명에게 모자람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350포대의 쌀을 자비로 구입,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부천사' 신유빈의 나눔은 일상이자 습관이다. 2020년 16세에 대한항공 실업 입단한 첫 해, 첫 월급부터 수원보육원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초등탁구연맹, 여성탁구연맹을 통해 유소년 탁구 장학금, 탁구용품을 기부하고, 선후배들이 출전하는 중고 대회 현장에 수시로 간식차를 보내 응원했다. 월드비전을 통해 생리 빈곤에 처한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위생키트 지원. 제주도 한부모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한 성금, 독거노인들을 위한 노인 맞춤 돌봄 기부금 등 사회 곳곳에 스포츠를 통한 '선한 영향력'으로 빛을 밝혔다. 도쿄올림픽 직후 아주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8000만원을 기부한 신유빈은 파리올림픽 직후에도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눠야죠! 그게 제 탁구의 원동력이니까! 돈은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돼요. '어디에 어떻게 기부하지?'가 진짜 행복한 고민"이라더니 지난해 빙그레 '바나나우유' 모델료 중 1억원을 초등탁구연맹에 기부하고, 지난해 '장애-비장애 중고등학생들이 함께 출전하는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에도 2년 연속 간식차, 커피차를 후원했다. 연말 사랑의 열매 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며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종훈, 신유빈. 사진출처=WTT
임종훈, 신유빈. 사진출처=WTT
임종훈, 신유빈. 사진출처=WTT
그녀의 햇살같은 에너지는 주변을 환히 밝히는 효과가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국제대회마다 이어지는 탁구대표팀의 독보적 세리머니는 신유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새신랑' 파트너 임종훈과 미소가 절로 나는 우승 포즈를 선보였다. 부상으로 결승전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쑨잉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쑨잉샤 언니, 몸 잘 챙겨!(Take care!)"라며 응원하는 따뜻한 진심에 중국 팬들도 환호했다. 시상식 직후 새벽 비행기를 타러 공항 이동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와이프, 사랑해"를 외치려다 부끄러워 망설이는 임종훈에게 "빨리! 빨리! 시간 없어!"라며 채근하고, 마침내 성공한 '사랑고백'에 신나게 물개박수 치는 일곱살 어린 여동생 신유빈의 에너지는 유쾌상쾌하다.
임종훈, 함소리 코치, 신유빈. 사진출처=WTT
함소리 코치, 신유빈. 사진출처=WTT
신유빈과 동행한 이들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확산되고 있다. 신유빈 전담코치로 동고동락했던 대한항공 함소리 코치가 WTT 파이널스 혼합복식 금메달, 유종의 미 직후 새해부터 보람상조 코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1994년생 함 코치는 새벽훈련부터 야간훈련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쉼없이 열리는 국제대회, 중국, 일본리그 현장에 '연습벌레' 신유빈과 동행했다. 젊은 감각의 코칭과 철저한 스케줄 관리, 선수의 맘을 읽어내는 센스, 위기 때마다 핀셋처럼 콕 집어내는 원포인트 벤치 조언으로 지난 시즌 내내 신유빈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온 숨은 공신이다.
함 코치와 마지막으로 동행한 대회, WTT파이널스 홍콩에서 신유빈-임종훈조는 만리장성을 두 번이나 넘으며 혼합복식 초대 우승 역사를 썼다. 신유빈은 현장에서 함소리 코치에 대한 감사과 존중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찍으며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함소리 코치에게 최고의 금메달 선물을 했다"는 말에 신유빈은 "함 코치님께서 저희에게 최고의 마지막 선물을 해주시고 떠나시는 것"이라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