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대한민국에는 차준환(25)이 있지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세계 1위 미국의 일리야 말리닌(22)이 벌써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말리닌은 8일(이하 한국시각) 이틸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을 통해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4회전 반)를 성공한 최초의 선수다. 또 6종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모두 성공한 유일한 선수다.
이번 대회가 올림픽 데뷔 무대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2.62점, 예술점수(PCS) 45.38점을 받아 총점 98.00점을 기록했다. 108.67점을 받은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은 물론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말리닌으로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첫 무대라 긴장과 압박감이 컸다. 점프가 다소 흔들렸다.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인 110.41점에 모자랐다.
그러나 인기는 최고였다. 여성팬들을 홀렸다. 새하얀 은반에 말리닌이 등장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백미는 역시 '백플립(공중 뒤돌기)'이었다. '금기의 기술'이 올림픽에서 부활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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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텝 시퀀스에서 백플립을 선보였다. 백플립은 반세기 전인 1976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서 당시 테리 쿠비츠카(미국)가 처음 연기했다. 그러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부상 위험을 이유로 이 기술을 금지했다.
규정을 무시하고 백플립을 시도하는 선수에겐 감점 페널티까지 부여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선 아프리카계 프랑스대표 수리야 보날리가 은퇴 무대에서 '인종차별 항의'의 표시로 백플립을 수행했다. 피겨가 백인과 아시아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을 백플립을 통해 토해냈다.
금기시됐던 백플립은 2024년 6월 봉인해제됐다. ISU는 "고난도 기술이 보편화된 현대 피겨에서 백플립을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논리적이지 않다"며 정식 기술로 인정했다. 말리닌이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관중들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환호해줬다. 올림픽 무대의 무게감과 감사함을 느낀 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말리닌은 '피겨 DNA'가 다르다. 피겨 선수 출신인 외조부가 러시아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러시아계 우즈베키스탄인으로 부모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 어머니인 타티야나 말리니나는 4대륙선수권 초대 우승자다. 말리니나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일리야를 낳았다.
한편, 차준환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83.53점을 받아 10명의 출전 선수 중 8위에 그쳤다. 한국은 최종 합계 14포인트로 7위를 기록, 상위 5개 팀이 경쟁하는 단체전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