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보더' 이제혁(29·CJ대한통운)이 8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 파라 스노보드 파크 에서 펼쳐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남자보드 스노보드 크로스(SB-LL2) 결선에서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스노보드 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썼다.
이제혁은 첫 패럴림픽이었던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전체 10위로 준준결승에 올랐지만 인코스에서 상대와 충돌하며 조기 탈락했다. "진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너무 못해서 아쉽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15세까지 비장애인 스노보드 선수였던 이제혁은 훈련 중 발목을 다쳐 국가대표의 꿈을 접었지만 '안방' 평창패럴림픽을 본 후 다시 보더의 길로 돌아왔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베이징의 첫 시련 이후 이제혁은 더욱 강해졌다. 4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지난 4년간 국제대회, 전지훈련, 비장애인 대회까지 수없이 경험하면서 기량도 성장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지원으로 장비도 완벽하게 준비했고, 왁스 코치와의 원활한 소통도 시너지가 됐다. 스피드를 위해 체중을 10㎏ 불리되 순발력은 떨어지지 않도록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완벽한 피지컬을 만들었다.
완벽한 준비는 기적같은 첫 메달로 이어졌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4명이 동시 출발,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한 코스에서 스피드를 다투는 종목. 이제혁은 51초74, 6위로 16강 시드를 받았다. 16강 3조에서 폭풍질주, 1위로 준준결선에 오르더니, 준결선 2조에서 2위로 승승장구, 단 4명이 겨루는 결선까지 진출했다. 사상 첫 메달의 명운이 걸린 결선, 이제혁과 3위 다툼을 펼치던 알렉스 메시가 코너링 중 넘어지며 이제혁이 3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금메달은 '이탈리아 레전드' 에마뉘엘 페라토네르, 은메달은 호주의 벤 두도프, 동메달은 대한민국 이제혁이었다.4년 전 베이징에서 조기 탈락 후 그는 "아무도 스노보드에서 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 안하시겠지만 저는 잘하면 딸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아무도 메달을 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스노보드 종목에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제혁이 사상 첫 메달의 기적을 썼다. 베이징에서 포디움의 꿈을 놓친 후 "오늘 보여드리지 못한 세리머니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었다. 4년 전 그날의 약속을 지켰다.
대회 둘째날 '스마일 철녀' 김윤지의 바이애슬론 첫 금메달 낭보에 이어 이제혁의 스노보드 첫 동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징 대회 노메달의 시련 이후 4년 만에 대한민국 동계 장애인체육이 봄꽃처럼 다시 피어났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목표 삼은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목표를 이틀 만에 조기 달성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