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경기도 파이팅!" "서울 파이팅!"
28일 오후 3시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펼쳐진 '2026 ㈜하이코어배 코리아파라컬링리그' 서울시청과 경기도장애인체육회의 챔피언결정 3차전, 관중석에선 핑크색 응원봉을 든 KPC 서포터스들의 열렬한 응원전이 시작됐다.
사단법인 대한장애인컬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하이코어가 타이틀 후원하는 코리아파라컬링리그는 지난 8일부터 3주간 의정부(1차), 이천선수촌(2차), 강릉(3차)에 거쳐 전국 11개 시도팀이 풀라운드 로빈 방식과 라운드별 최하위가 탈락하는'넉아웃(Knock-Out)' 방식을 병행, 대장정을 이어왔다. 챔프전 우승팀이 2026~2027시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경기, 피말리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양강' 경기도와 서울이 결승에서 양보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평창패럴림픽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00여명의 팬들이 컬링장 관중석을 채웠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스포츠의 대중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제2기 KPC 서포터스에 200여명이 지원했고, 이들이 출범 첫 경기로 휠체어컬링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베이징패럴림픽' 선수단장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이 패럴림픽 금메달을 향한 강력한 의지로 2022년 창설한 휠체어컬링리그에 관중이 들어찬 건 이번이 처음. 20대 젊은 층이 유독 많았다.
이날 오전 열린 1차전, 서울이 경기도를 11대7로 꺾었고 2차전, 경기도가 서울을 7대2로 꺾었다. 매치스코어 1-1의 팽팽한 흐름 속 진행된 3차전. 서울, 경기 양팀으로 나뉘어진 응원단이 가세하며 빙판 위 승부는 더 뜨거워졌다. 1엔드 경기도가 기세를 올리며 4-0으로 앞서가자 "경기도 파이팅!"이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2엔드, 3엔드 서로 1점씩 주고받은 후 서울이 4엔드 3점을 대량득점하며 5-4까지 추격하자 "서울 파이팅!" 환호성과 함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샷이 진행될 땐 응원을 자동으로 멈췄다. 컬링 룰에도 익숙한 듯 관중 매너가 훌륭했다. 상대 스톤을 걷어내는 눈부신 드로샷이 나올 때면 "나이스 샷!" "굿 샷!"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KPC 서포터스 서울 응원단 1열에서 '밀라노·코르티나패럴림픽 역대 최다 메달(금2, 은3)'을 따낸 '스마일 철녀' 김윤지의 절친, 이채원씨(20)가 응원전을 주도했다. 김윤지의 서울 가재울고 동기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대학생 이씨는 한때 배구선수 지망생. "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 윤지가 시구할 때 야구장도 같이 갔었다"며 "윤지를 통해 장애인 스포츠를 관심 있게 보다 서포터스 모집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고 했다. 서울이 1점 차로 따라붙자 "서울 선수들이 우리 응원에 힘을 내는 게 느껴진다"며 미소 지었다. "휠체어컬링은 실제로 보면 더 재밌다. 장애인 스포츠라고 다르지 않다. 똑같이 재밌다. 더 많이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했다. "윤지가 응원 열심히 하라고 했다. 윤지가 내 친구란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도 응원석엔 '6관왕 부녀 서포터스'가 있었다. 경기 명혜학교 '고3'인 황신은 장애학생체전 2년 연속 수영 6관왕. 평영 50m, 100m(S14)와 계영 혼계영 금메달을 휩쓴 그녀는 동계종목으로 "김윤지 언니처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한다"고 했다. 동행한 아버지와 함께 '팬심 가득' 컬링을 즐겼다. "지체장애 종목에도 관심이 많아서 SNS로 서포터스 모집 소식을 보고 직접 신청했다"면서 "선수 기분도 알고, 응원하는 기분도 알고…, 뭣보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웃었다. 아버지 황철호씨(52)는 "딸 덕분에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딸이 스포츠를 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 자존감도 높아졌다. 매사에 적극적이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승부도 응원전도 치열했던 이날 3차전 결과는 경기도의 7대5 승리. 5명의 선수 중 4명(남봉광, 차진호, 백혜진, 이용석)이 지난 3월 패럴림픽 무대를 경험한 경기도가 구력과 팀워크에서 서울에 앞섰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올해 첫 스킵을 맡은 한운호와 평창 레전드 이동하가 신구 조화로 승부수를 던진 서울이 석패했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응원의 효과를 물었다. 서울 한운호는 "관중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새로웠다. 도파민이 도는 느낌이었다"면서 "이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보는 스포츠로서 컬링의 매력에 대해 "컬링을 빙판 위의 체스라고 한다. 수싸움을 생각하면서 스킵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타격음이 나는 테이크아웃의 묘미도 있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즐기실 수 있다. 꼭 와서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믹스더블 은메달조' 경기도 백혜진, 이용석은 "KPC 서포터스의 첫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백혜진은 "'경기도'를 외쳐주시는 만큼 '더 집중해서 던져야겠다. 실망 드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용석은 "모든 응원이 다 좋았다. 모든 응원이 힘이 됐다"며 웃었다. 백혜진은 관전 포인트에 대해 "양팀이 어떻게 방어하고 어떻게 공격하는지 2엔드까지 보면 대략 스타일을 알 수 있다. 그걸 기반으로 선수들이 작전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용석은 "하나의 샷이 적중할 때의 짜릿함", 스위핑 없는 원샷원킬 드로샷의 매력을 설파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박길우 휠체어컬링 대표팀 감독은 "응원단이 매경기 왔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선수 기분도 더 업 돼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팬들이 휠체어컬링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이어진 마지막 승부에서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결국 최종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8일까지 2승1패를 기록한 경기도는 최종일인 29일 제4경기서 서울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5대4로 승리하며 기어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KPC 서포터스의 기운을 받아 우승했다. 패럴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서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