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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영웅' 한민수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대행 "업무폭증 속 직원 처우개선 절실... 하루를 머물더라도 머문 자리가 좋아지도록"[진심인터뷰]

'패럴림픽 영웅' 한민수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대행 "업무폭증 속 직원 처우개선 절실... 하루를 머물더라도 머문 자리가 좋아지도록"[진심인터뷰]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어디에 있든 얼마나 있든 제가 머무는 자리가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6월 중순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만난 한민수 스포츠윤리센터 직무대행의 책상 위에 놓인 결재 서류엔 필사 노트가 빼곡했다. 한민수 전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지난 3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여성 체육인 출신 박지영 전 이사장이 사퇴한 후 정관에 의거 이사진 중 최연장자인 한 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에 추천됐고, 문체부가 이를 승인했다. 새 이사장이 올 때까지 스포츠윤리센터 수장으로서 기관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어느새 3개월이 훌쩍 넘었다. "내가 어딜 가든 적응이 굉장히 빠른 편인데 여긴 이제야 좀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국가대표 선수로, 지도자로 매순간 최선을 다해온 그에게 '대충'은 없다. '대행'의 성격상 적극 행정의 범위가 애매했다. "처음엔 조직을 무탈하게 돌아가게 하는 걸 목표로 '오버'하지 말자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정확히 뭘 알고 결재해야겠다는 기본만은 분명했다. 좋게 보면 열정이고 나쁘게 보면 '오버'일 텐데 직원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당부했다. 내가 알아야 결재도 잘하고, 서포트도 잘할 수 있으니 잘 알려달라고. 하루를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 1세대'인 한 대행은 장애인 동계 스포츠 레전드이자 역사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 성화 주자로 가파른 슬로프를 걸어 올라 정상에 우뚝 서는 감동 퍼포먼스로 스타덤에 올랐고,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캡틴으로 사상 첫 동메달 역사를 썼다.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선 사상 최초의 패럴림피언 출신 감독으로 나서 4강에 올랐다. 이후 스포츠 행정은 물론 보디빌더, 패션모델, 작가, 강연가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인선수 발굴 및 양성, 평창기념재단 파라아이스하키 체험을 통한 장애인식 개선 및 초·중·고 멘토링에 적극 나서며 체육인으로서 현장과 적극 소통해왔다.

대행이긴 하지만 문체부 산하 스포츠 관련 공공기관에 장애인 선수 출신 수장이 임명된 건 최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시각장애 수영 금메달리스트' 가와이 준이치 스포츠청장이 지난해 9월 임명됐다. 패럴림픽 수영에서 금메달 5개 등 총 21개의 메달을 휩쓴 교사 출신 레전드다. 한 대행 역시 최초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한발 더 뛰는 이유다. "최고령 나이가 기회가 됐다. 이사로서 2년을 일했기 때문에 윤리센터에 대한 애정이 크다. 조직이 잘 돌아가게 돕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할 기회다. 어찌 보면 내겐 최고의 도전이었다. 적응하는 데 석 달이 걸렸다. 월간회의를 앞두고 주말 내내 8시간 필기하며 공부했다. 주간 업무보고를 위해 A4 10장에 필사한 걸 보고 직원들이 놀라더라"며 웃었다.

한 대행이 최근 가장 신경을 쏟고 있는 부분은 직원들의 업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국민적 충격을 안긴 '고 최숙현 사건' 직후 2020년 8월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해 체육의 공정성 확보와 체육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립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후 체육계 인권침해, 스포츠 비리 등 사건 발생시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라"가 스포츠계의 공식이 됐다. 고 최숙현 선수가 수많은 기관을 전전하다 어디서도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후 '원스톱' 스포츠 인권 전문기관으로 윤리센터가 창설됐다. 하지만 장애·비장애 체육단체, 학교 운동부, 시도 체육회, 프로 스포츠 등 체육계 전반에서 쏟아지는 각종 신고와 민원을 감당하기엔 조직의 규모(정원 58명)나 예산(106억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년간 전임 박지영 이사장이 직접 발로 뛰며 예산을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왔지만 날로 늘어나는 과중한 업무 속에 '고스펙'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은 높아지고 있다. 사건처리 건수는 2024년 757건에서 2025년 1250건으로 늘었고, 평균처리기간은 2024년 152일에서 122일로 30일이나 단축됐다. 신고건수는 2024년 851건에서 2025년 1536건으로, 상담건수는 3897건에서 2025년 6597건으로 늘었다. 한 대행은 "업무양은 폭증하는데 급여 수준은 문체부 산하 34개 공공기관 중 가장 낮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경기력도 나온다. 그래야 우리 우수한 직원들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리센터가 체육단체의 신뢰를 얻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라도 내부 결속,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라커룸 이야기를 한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성과가 나왔을 때는 언제나 라커룸 분위기가 좋을 때, 원팀이 됐을 때다. 20~50대 세대도 다르고, 장애 유형도 다른 사람들이 매일 반복된 훈련 속에 스트레스도 받지만 서로 양보하고 도울 때 틀림없이 성적이 났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원팀으로 서로 도우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과 관련해선 사후 처방, 징계 일변도의 정책보다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창패럴림픽 동메달 이후 스포츠 현장에서 유·청소년들을 대상 장애인식 개선 교육, 패럴림픽 종목 체험 교육 멘토링을 8년 넘게 이어온 한 대행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된다. 지난 8년간 학교를 찾아 스포츠를 통한 인권 교육, 장애인식 교육을 하면서 현장의 반응과 효과를 체감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학부모, 지도자 교육도 중요하다. 스포츠 윤리, 인권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보호 속에 후배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스포츠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익명 신고, 제3자 신고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거나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피해자가 용기를 내야 하는데 이런 약자들을 위해 윤리센터가 안전장치가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교육관을 현장에 파견하면 인권교육관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예방 효과가 있다. 윤리센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징계가 아니라 체육인 인권 보호다. 우리가 계속 노력할 테니 믿고 용기를 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사람 좋고, 사람 좋아하는 한 대행은 지난 3월 이후 술 약속, 밥 약속을 자제중이다. "중립성이 중요한 자리다. 나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국가대표 최초의 공공기관장 대행, 체육인 선배의 책임감은 확고했다. "하루를 머물더라도 내가 머무는 자리가 모두에게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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