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배구연맹 대회의실에서 남녀 9개 구단 단장들과 박상설 연맹 사무총장(오른쪽)이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승부조작의 망령으로 흔들리던 프로배구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이 고개를 쳐든 지난 9일부터 나흘이 흘렀다.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했거나 브로커 역할을 한 전현직 선수 7명이 드러났다. 뭍밑에 있던 승부조작 사건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몸통(브로커, 조직폭력배) 잡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관심사는 몇 명의 선수가 더 연루되어 있고,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였다. 일단 파국은 면했다. 지난 11일 각 구단 단장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리그를 계속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남녀 9개 단장(KGC인삼공사, 도로공사, 기업은행 불참)들은 고개를 숙였다.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함께 사과의 마음을 전한 박상설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은 "승부조작에 대해 강력히 조치하는 차원에서 일부 단장들이 리그 중단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혐의가 드러난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리그 중단은 불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했다. 불씨는 남아있다. 대구지검에서 보유하고 있는 40명 리스트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리그 중단도 불가피하다. 40명은 현재 연맹에 등록된 215명(남자 118명, 여자 97명) 중 18.6%에 달하는 수치다.
10일 KOVO에 잔여시즌 리그 불참을 통보했던 상무(국군체육부대)팀 경기운영안도 마련됐다. 대회 규정 제38조(공식 경기에서 양팀 중 어느 팀 일방의 귀책사유로 경기개최불능 또는 경기 중지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 귀책사유에 따라 경기규칙 6.4(부전패와 불완전팀)에 정한 바에 따른다. 단, 해당경기의 개인기록은 공식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에 근거해 남은 10경기를 부전패 처리하기로 했다. 상무 팀과 경기가 남은 팀들은 자동적으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 승점 3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상무 팀이 승부조작의 온상이 되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배구단 해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KOVO 측은 상무 배구단 존속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총장은 "KOVO는 상무 팀의 리그 불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선수 입대 문제도 걸려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팀이 존속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무 팀은 군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현재 비 전투직은 줄여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선수들의 현역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자진신고를 했더라도 그 벌을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KOVO도 같은 입장이었다. 13일 긴급 상벌위원회를 열어 기소된 선수에 대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배구인으로서의 품위 실추에 대한 일시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 종료 후 형 확정시 최종 징계를 결정한다.
박 총장은 승부조작이 쉽게 덮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더 많은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박 총장은 "일부 선수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소문으로 돌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소환되지 않는 선수가 4~5명이 거명되고 있다. 이사회에서 장시간 토의를 많이 했는데 '있다'라고 보여진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밝은 미래를 그렸다. 올시즌은 우려했던 리그가 파행 운영되었지만, 내년시즌에는 정상 리그 운영 회복이 가능하단다. 박 총장은 "내년시즌 상무가 빠지더라도 큰 문제없이 리그 운영이 가능하다.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상무는 용병 출전 제한, 군 사기 저하 등 일장일단이 있었다. 그러나 대승적 차원과 배구 발전을 위해 존속을 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참여해주는 것이 좋다. 참여가 어렵다하더라도 리그 운영과 스폰서십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KOVO는 도덕 불감증에 걸린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교육을 실시한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부정방지 자정결의 대회를 개최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