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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이었다.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 김연경(24)은 터키 페네르바체와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다른 유럽 구단 이적을 바랐다. 대형 이적이 추진 중이었다. 다수의 유럽 팀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갈라타사라이, 엑자시바시 등 터키 2개팀과 라비타 바쿠, 아제라일 바쿠 등 아제르바이잔 2개팀에서 김연경에게 구애를 펼쳤다. 당연한 결과였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의 유럽배구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이 대회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왕까지 차지하면서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렇다면 자산을 잃은 흥국생명만 피해자일까.
과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김연경이 피해자다.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연맹 규정 70조 2항(구단과 선수가 선수계약을 체결할 때는 해당구단과 해당선수가 직접 계약을 체결함을 원칙으로 한다)을 들먹였다. 여기에 꼼수가 숨어있다. 흥국생명은 에이전트-김연경의 이적 추진을 독단적으로 내몰았다. 흥국생명은 직접 나서 김연경의 이적을 추진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아제르바이잔의 라비타 바쿠와 접촉해 협상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김연경은 없었다. 연봉 사인을 하는데 계약 당사자없이 구단과 구단이 마무리를 지었다. 흥국생명은 70조 2항을 스스로 어겼다. 황당한 점이 또 있다. 당초 라비타 바쿠에서 에이전트에게 김연경의 연봉으로 100만유로(약 14억원)를 제시했다. 헌데 흥국생명이 맺은 계약은 80만유로라고 알려졌다. 20만유로가 사라졌다.
흥국생명이 유럽팀과 협상을 진행한 과정도 '촌극'에 가까웠다. 김연경이 에이전트를 통해 이적을 추진했던 유럽 구단들에 공문을 돌렸다. '협상이 이뤄져도 선수를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소탐대실'이다. 전문 에이전트가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이적료도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김연경-에이전트 계약에만 목을 맸다. 결국 김연경도 잃고, 돈도 날린 꼴이 됐다. 성숙되지 않은 제도 안에 갖힌 흥국생명의 소심한 행정이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