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고 있다. 천안=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2.02
결전을 앞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29)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남은 4경기에서 한 경기라도 놓치면 선두 삼성화재와의 우승 경쟁이 물건너가기 때문이다. 감독도 부담인데 선수들은 오죽하랴. 그래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만의 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다른 경기는 신경쓰지 마라. 우리 플레이만 하자'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내용있는 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 휴식시간이 많으니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순위를 떠나 우리는 우리만의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시즌이 막바지다. 여정이 한 달 정도 남았다.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대한항공은 불안한 3위(승점 41)를 지키고 있다. 4위 우리카드(승점 39)에 불과 승점 2점차로 앞서있다. 김 감독은 "3위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러나 이날 현대캐피탈을 이기면 3위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7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3위와 4위의 승점이 3점 이내일 경우)는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3~4위전을 치르고 올라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것이다. 또 단판 승부라는 점도 극복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건을 범실로 꼽았다.
절실함은 현대캐피탈이 더 강했다. 현대캐피탈은 2일 인천계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5라운드 대한항공과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0, 25-15, 18-25, 25-20)로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0승(7패) 고지에 올라서며 승점 58점을 기록, 삼성화재(승점 59)와의 승점차를 1점으로 좁혔다.
이날 경기의 흐름은 양팀 사령탑의 예상대로 흘렀다.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30득점)와 문성민(12득점)의 쌍포를 앞세워 범실을 줄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마이클, 신영수 등 공격수들과 세터 강민웅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세트마다 집중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우승 경쟁에 대한 부담으로 활짝 웃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팬들은 정말 즐거우시겠죠. 하지만 감독은 죽을 맛이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 향방은 9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사실상 결승전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도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경기씩 남겨둔 두 팀이 맞대결을 제외한 2경기는 모두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이다. 하지만 위기는 계속된다. 삼성화재의 벽을 넘는다고 해도 방심은 안된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이 정말 중요하다. 운명 같은 기분이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경기도 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위 경쟁을 하는 우리카드, 순위 경쟁에서 벗어나 부담없이 경기를 하는 러시앤캐시, 모두 힘든 상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