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목표는 플레이오프!" 김세진 감독의 속 뜻은?

최종수정 2016-02-18 02:16


"목표는 플레이오프입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OK저축은행은 분명 위기다. 3연패에 빠졌다. 가장 중요한 6라운드, 첫 2경기를 모두 내줬다. 3연패 중 상대들이 '라이벌' 현대캐피탈, 삼성화재여서 더욱 아쉬웠다.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순위도 2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의 덤덤한 태도는 의외였다. 그는 "다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래도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냐'고 물었더니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했다. 지금 순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현대캐피탈은 무서운 기세를 탔다. 반면 OK저축은행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자칫 이 상반된 기세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팀에도, 선수들에게도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지금 우리가 몇연패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무리하게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다보면 또 다른 화를 입을 수 있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고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 상황도 감안됐다. 주전센터 이민규는 어깨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됐다. 송희채도 발등이 좋지 않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체력적으로 저하된 상황이다. 특히 대안이 없는 세터는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다. 곽명우가 분전하고 있지만 고비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가 없다. 명우를 믿어야 한다. 대화를 자주 나누고 있다. 명우가 부담이 많더라. 버리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승리를 의식해 선수들을 무리시키는 것보다 큰 무대를 위한 컨디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OK저축은행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다.

김 감독은 이번 고비가 OK저축은행이 더 큰 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확실히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며 "배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도 트라이아웃으로 뽑지 않나. V리그가 빠르게 평준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과도기에서 선수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고비를 넘는 모습을 보인다면 팀은 분명 더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이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7일 열린 남자 프로배구에서는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대0(25-17, 25-20, 25-17)으로 완파하고 파죽의 14연승을 달렸다.

4, 5라운드 전승에 이어 6라운드 들어 두 경기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선두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1위 현대캐피탈의 승점은 69(24승8패)로 2위 OK저축은행(승점 66·21승11패)과의 격차를 다시 벌렸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 달성한 구단 최다 연승(15연승)을 앞두고 있다.

역대 최다 연승은 삼성화재가 2005∼2006, 2006∼2007시즌에 작성한 17연승이다. 6위 KB손해보험(승점 25·9승23패)은 2연패에 빠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7일)

남자부

현대캐피탈(24승8패) 3-0 KB손해보험(9승2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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