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훈련은 나중에…', 느긋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6-04-13 19:46



"훈련은 나중에 천천히 하려구요."

V리그 남자부 모든 팀들이 다음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조용하다. 심지어 하와이로 우승 기념 포상휴가를 떠났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일까.

김 감독은 "5월 중순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시점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선발이 완료되는 시기다. 팀에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선수와 함께 보조를 맞추기 위함일까.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팀을 만들려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말한 장기적 관점. 초점은 부상선수 관리에 맞춰져 있었다. OK저축은행은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결과는 찬란히 빛났지만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느 팀이라고 쉽겠냐마는 OK저축은행은 유독 주전급 부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주전 센터 김규민이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핵심 세터 이민규도 어깨 연골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리그 막판에는 주전 레프트 송희채가 발등 부상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사실 어느 순간에 딱 다친 선수는 없다. 모두 누적"이라며 "그 동안 쌓였던 것들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경기를 소화해서 부상이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조치는 취했다. 훈련량을 절반 가량 줄였다. 그럼에도 줄부상을 막지 못했다. 이에 김 감독은 다른 처방을 내렸다. 프리시즌에 충분히 회복 시간을 부여하는 것. 김 감독은 "훈련을 최대한 늦출 것이다. 그 동안 병원진료도 받고 치료도 하면서 선수들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줄 생각"이라며 "사실 그 동안 이런 체계가 없었다. 부상 선수들이 대부분 통증을 참고 약 먹으면서 버티다가 터졌다"고 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하나씩 체계를 잡고 장기적으로 선수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신생팀 OK저축은행을 2시즌 연속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부담이 어깨를 짓눌렀다. 김 감독은 "항상 부담스럽다. 지금까지 쉬운 것이 한 번도 없었다"며 "쉽지 않아야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주포 시몬을 잡을 수 없었던 것도 큰 타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분명 공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뭉치는 힘이 강한 팀이다.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선수들이 하나로 잘 모인다"면서 "서로 믿음이 있기에 의기투합해서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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