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의 강스파이크]V리그 여자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 탈피해야…

기사입력 2016-05-09 17:38



프로배구는 2005년 태동했다. 그리고 지난 11년간 한국 프로배구는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지난 두 시즌의 인기는 실업 시절이던 슈퍼리그를 방불케 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유소년 시스템 도입부터 규정 완화를 통한 시장 확대, 연고지 밀착 활동 강화 등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할 사업들이 많다. 이 중 발 빠르게 해결해야 할 정책 중 하나가 바로 '남녀부 일정 분리'다.

이 안건은 지난달 21일 KOVO 이사회에서 논의됐다. 이견이 생겼다. 대부분 구단은 2016~2017시즌부터 시행하자는데 마음이 모였다. 그러나 일부 여자부 구단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었다. 당장 다음 시즌이 아닌 2017~2018시즌부터 시행을 주장했다.

현재 같은 연고지와 경기장을 사용하는 남녀 구단은 총 8개 팀이다. 서울(우리카드, GS칼텍스) 인천(대한항공, 흥국생명) 수원(한국전력, 현대건설) 대전(삼성화재, KGC인삼공사)이다.

장단점을 따져보자.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면 남녀 팀이 같은 경기장을 사용할 경우 연간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다. 연간 운영비는 8억원 정도다. 여기에 여자 팀이 40~50%를 부담한다. 관중들은 일석이조다. 한 장의 티켓 가격으로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 경기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장점을 꼽기 힘들다. 단점이 훨씬 많다. 우선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주중 여자 팀이 먼저 경기를 하기 때문에 남자 팀은 관중을 위한 사전 이벤트를 열 수 없다. 반대로 주말에는 여자 팀이 손해를 본다. 남자팀은 주중 경기 때 수익적인 면을 기대할 수 없고, 여자 팀은 주말에 남자 팀의 애로사항을 똑같이 겪는다.

관중 흡입력도 떨어진다. 여자 팀 경기는 주중 오후 5시에 펼쳐진다. 퇴근 시간 전에 시작되다 보니 모기업에서 동원되는 관중, 남자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 도착한 관중을 제외하면 여자 경기의 현실은 관중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력적인 측면도 타격을 입는다. 주중 여자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 남자 경기 시간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적의 조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할 선수들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정 불균형도 초래한다. 남녀부 동반 경기 일정을 맞추다보니 각 구단의 편차가 벌어졌다. 일주일에 한 경기만 소화하는 팀이 있는 반면 2~3일 간격으로 많은 경기를 해야 하는 팀들도 생겨났다.

그 동안 이런 불편함을 알고도 왜 남녀부 일정은 분리되지 않았던 것일까.

일부 여자 구단들의 볼멘소리 때문이다. 일정 분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다. 연간 운영비가 2~3억원 늘어난다. 여기에 독자적 경기 운영을 위한 인원 충원비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여자 구단들이 보인 행동은 '프로'라 말하기 힘들다. 가령, 경기장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남자 팀에 모두 넘기는 여자 팀도 있다. 여자 팀들은 '우승 지상주의'에 빠져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무대이긴 하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얼마나 팬들과 소통했는지, 지역민들과 어떤 스토리를 쌓았는지가 더 요구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는 여자 팀도 있다. GS칼텍스다. 물론 축구단과 배구단이 결합된 스포츠단에서 통합 마케팅을 실시, 경기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그럼에도 GS칼텍스는 배구 클리닉, 키 크기 배구교실, 중구 어머니 배구교실 등 다양한 활동으로 팬 베이스 확충에 힘쓰고 있다. GS칼텍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은 타 여자 팀들이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한국 프로배구도 이제 '자생'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고 있다. 남녀부 일정 분리는 자생의 걸음마 단계다. 여자 팀들은 근시안적인 팀 운영에서 벗어나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나자.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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