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행 8부능선 넘은 여자배구, '포스트 김연경' 가능성 열었다

기사입력 2016-05-18 18:38



한국 여자배구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김연경(페네르바체)이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원맨쇼로 4강 신화를 이끈 김연경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 중이다. 과거보다 높이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히 한국과 맞붙는 팀들은 '김연경 봉쇄'에 초점을 맞춘다. 김연경만 막으면 한국 공격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이정철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을 앞두고 의미있는 선택을 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만큼 경험과 노련미를 강조한 선수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점진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GS칼텍스에 입단해 신인상을 거머쥔 프로 1년차 강소휘는 대표팀 세대교체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 감독은 '주포' 김연경의 어깨를 덜어줄 선수들로 '젊은 피'를 택했다. 세계의 강호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발전의 여지가 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모색하는 편이 빠르다는 판단을 내렸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다. 첫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서는 흔들렸다. 김연경은 분전했지만 신예들의 부진 속에 1대3으로 패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프로 2년차 이재영(흥국생명)은 단 한점도 뽑지 못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전부터 달라졌다. 샛별들이 감을 찾으며 3대0 완승을 거뒀다. 숙명의 한-일전이 백미였다. 주장 김연경의 맹활약 속에 신예들이 힘을 보탰다. 김연경은 24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재영은 결정적 순간 블로킹으로 승기를 굳혔고,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강소휘도 결정적인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는 등 제몫을 다했다. 김희진(IBK기업은행)은 12점, 양효진(현대건설)은 9점을 기록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 감독은 "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김연경 외에 후배들이 세대 교체 이후에 조금씩 빛을 발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웃었다.

'버팀목' 김연경의 변함 없는 활약에 젊은 피의 성장이 더해진 이정철 호는 리우행 티켓에 성큼 다가섰다. 대표팀은 18일 일본 도쿄의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4차전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3대0(25-16 25-11 25-21) 완승을 거뒀다. 이날 3승(1패)째를 기록하면서 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리우를 향한 길은 두 가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팀(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태국) 중 1위 또는 아시아 1위 팀을 제외한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리우행 티켓을 얻는다. 이 감독은 대회 전 올림픽 진출을 위한 최소 승수로 4승을 예상했다. 남은 3팀은 페루(20일), 태국(21일), 도미니카공화국(22일)으로 모두 해볼만한 상대들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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