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프로가 산다]⑧유소년 앞에 선 임도헌 감독은 '순한양'-유광우는 '독사'

최종수정 2016-06-07 08:43
[포토]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유광우 편.
삼성화재 선수들이 대전 유성초등학교, 대전 석교초등학교 어린 배구부 학생들과 만나 배구의 기본적인 기술을 전수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1

[포토]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유광우 편.
삼성화재 선수들이 대전 유성초등학교, 대전 석교초등학교 어린 배구부 학생들과 만나 배구의 기본적인 기술을 전수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1

[포토]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유광우 편.
삼성화재 선수들이 대전 유성초등학교, 대전 석교초등학교 어린 배구부 학생들과 만나 배구의 기본적인 기술을 전수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1


햇살이 뜨거운 5월의 마지막 주말, 조용하던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코트가 시끌벅적해졌다.

산만한 덩치의 삼성화재 선수들이 뿜어대던 거친 숨소리 대신 조그마한 '초딩'들이 모여 만들어낸 유쾌한 수다 소리였다. 미래의 배구스타를 꿈꾸는 '초딩'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래의 꿈나무들은 대전 지역의 유이한 초등학교 배구부 석교초와 유성초 선수들. "야! 키 진짜 크다." "진짜 유광우 선수야." 배구장 먼발치에서, 혹은 텔레비전 중계로 보던 삼성화재 선수들을 눈 앞에 둔 학생들의 눈망울에는 설렘이 녹아있었다. 함께 동석한 학부형들은 "애들이 전날 잠도 못잤다"며 웃었다.

프로스포츠 발전을 위해 스포츠조선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대국민 특별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의 8번째 주인공은 V리그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의 사령탑 임도헌 감독(44)과 '국가대표 세터' 유광우(31)였다. 임 감독과 유광우, 그리고 삼성화재 선수단이 지역 배구 유소년 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화재가 석교초, 유성초 학생들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석교초와 유성초 학생들을 초대해 일일 배구 교실을 열었다. 배구는 어느 종목보다 기본기가 중요한 스포츠다. 때리고, 받고, 올리는 동작은 무한 반복에 의해 완성된다. 선수들을 지도하려면 많은 코치가 필요하다. 받는 연습에서는 때려주는 코치가 필요하고, 때리는 연습에서는 올려주는 코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일반 초등학교 배구부 입장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노릇.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 코치, 감독 역할을 하는 체육 선생님, 단 두명이 1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현역 프로배구 선수들이 1대1로 지도해주는 일일 배구 교실은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 입장에서도 반가운 행사다. 김찬균 석교초 감독은 "이렇게 연습하고 가면 아이들 태도가 달라진다. 사기도 오르고 실제 경기에서 동작들이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석교초와 유성초는 매년 전국소년체전 출전을 위해 치열한 혈전을 펼치지만 이날만큼은 한 팀이 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도를 받기 위해 힘을 모았다.

꿈나무들이 트레이닝복을 벗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자 제법 선수 태가난다. "프로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는 임 감독의 덕담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금방이라도 프로선수가 된 듯 진지해졌다. 워밍업부터 언더토스, 오버토스 등 기본기 훈련까지 삼성화재가 받는 훈련이 그대로 진행됐다. 임 감독은 "배구는 기본기가 절대적이다. 우리도 매일 똑같이 기본기 훈련을 진행한다"고 했다. 시즌 도중에는 웃는 날보다 인상 쓰는 날이 많았던 임 감독은 이날만큼은 순한 양으로 변신했다. "턱을 내리지 않고 앞으로 나오면서 받아야 해." 세밀한 동작 하나하나, 일일이 시범을 보이며 가르쳤다. 칭찬을 연발했다. 학생들이 실수할때면 "공 잘못 올려준 저 아저씨가 잘못한거야"라고 다독여줬다. 반면 '스마일맨' 유광우는 독사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쉴틈을 주지 않았다. "다시! 다시!" 리시브 하는 학생들에게 연신 스파이크를 날렸다. 물론 잘할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광우는 "학생들을 보니까 내가 처음 배구하던 시절이 생각나더라. 그때는 이렇게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한번이라도 더 연습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웃었다.

훈련의 마지막은 연습게임이었다. 석교초와 유성초 선수들을 고루 섞어 두 팀을 만들고 삼성화재 선수들이 각 팀에 한명씩 투입됐다. 초딩들의 강 스파이크에 형들이 혼났다. 이민욱이 실수를 연발하자 동료들이 놀려댔다. 예상보다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나자 임 감독이 "저런건 성인 경기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치열해지자 장난처럼 경기에 임하던 선수들도 진지해졌다. 유광우는 "망신당할까봐 못들어가겠다"고 한사코 경기참가를 고사했다. 주변 동료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승패는 중요치 않았다. 단지 뒤바뀐 과거와 미래만이 코트에 남았다. 오랜만에 학생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삼성화재 선수들은 처음 배구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반면, 학생들은 삼성화재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더 큰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삼성화재 선수단은 훈련을 마친 후 학생들에게 사인볼과 배구화를 선물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정 묵(석교초6)은 "선수들과 함께 하니 떨렸다. 이제 조금 친해졌는데 헤어지려니까 아쉽다. 나중에 꼭 삼성화재 선수들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이날 학생들이 받은 진짜 선물은 이웃집에 사는 프로와 함께 땀흘린 두 시간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용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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