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포항, 더 추워질 올 겨울이 관건

기사입력 2016-11-08 20:57



"사실 올 겨울이 더 걱정이죠."

최순호 포항 감독은 한숨을 쉬었다. 험난했던 시즌 보다 더 힘든 프리 시즌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명가' 포항에게 올 시즌은 잊고 싶은 한해다. 최종순위 9위. 김승대(옌벤) 고무열(전북) 신진호(상주)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이정도 흔들림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트레이드마크인 패싱게임은 사라졌다. 결국 최진철 감독이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경질됐고, 최순호 감독이 구원투수로 12년만에 포항 지휘봉을 잡았다. 포항은 최종전에서 성남을 꺾고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지만 스플릿 라운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전을 노려야 할 2017년.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다. 예산 때문이다. 최순호 감독은 "구단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강력하게 요구를 할텐데 위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며 답답해 했다. 포항의 모기업 포스코는 연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3분기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보기도 했지만 축구단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구단 측은 최대한 예산을 늘리려 하지만 동결 혹은 삭감이 유력하다. 이미 전지훈련부터 칼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은 올 동계훈련을 주로 제주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체력 훈련은 태국에서 하지만 기간은 단 10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선수영입이다. 올 시즌 포항의 가장 큰 문제는 얇은 선수층이었다. 베스트11 꾸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반전을 위해서는 수준급 선수들을 더해야 한다는데 스태프, 프런트 모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면 언감생심이다. 외국인선수도 변화를 주려고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조차 시작을 못하고 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후보군을 추리고 있을 뿐이다. 자칫 핵심 선수들을 뺏길 수도 있다. 포항의 주축 선수 중 일부는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단 포항은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다음 시즌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부에서는 "그동안도 힘들었는데 그보다 더 하겠느냐"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아직 예산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선수 영입 등 선수단 업그레이드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군입대 문제로 내년 K리그로 돌아와야 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이명주(알 아인)의 복귀는 포항이 지금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구단 관계자는 "최순호 감독이 시상식 참가, 신변 정리 등을 마치고 14일 포항으로 돌아온다. 그 때 선수 영입, 훈련 스케줄 등 어떻게 겨울을 보낼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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