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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전으로 뛰는 모습을 보고 가족 모두 눈물을 흘렸다네요."
당시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은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들과 아내가 '조금만 더 버텨보자. 이제까지 잘 버텨왔고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며 나를 격려했다"고 전했다.
오랜 기다림의 끝은 '환희'였다. 2016년 12월, 가족들의 말처럼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홍정남은 정강이 피로골절 수술을 택한 권순태를 대신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주전 수문장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권순태가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둥지를 옮겼다. 홍정남은 "개인적으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들뜨지 않고 해오던대로 훈련을 했는데 K리그 개막 일주일 전부터 자세한 주문이 내려와서 그 때 감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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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남에게는 족집게 과외 선생님도 있다.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최은성 전북 골키퍼 코치다. 홍정남은 "지금도 최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 최 코치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족집게 선생님의 말처럼 와 닿는다"고 했다.
굴곡 끝에 성사된 홍정남의 생애 첫 K리그 개막전 출전은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홍정남은 수차례 슈퍼 세이브로 팀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70점밖에 줄 수 없다. 실점 장면이 아쉽다. 내가 수비수들과 소통이 부족했다. 내 실수로 인해 실점이 발생했다. 경기 운영과 킥도 살짝 아쉬웠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해본 것 같다"며 웃은 홍정남, 눈물 섞인 그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