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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보다 국가' 현캐가 배구계에 던지는 메시지 작지 않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7-13 22:27



한국 남자배구는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월드리그 예선에서 5승을 달성했다. 지난 1995년 이후 22년 만의 쾌거였다. 대표팀을 제 모습으로 되돌려놓은 이는 김호철 감독(62)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월드리그가 끝나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다. 당장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예선에 참가할 자원이 부족했다. 두 대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 관련돼 있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오는 21일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질 아시안선수권에서 4강에 든 팀은 2019년 올림픽 아시아지역 대회 때 4강 시드를 배정받게 된다. 아시아선수권 우승팀은 한 장의 올림픽 직행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올림픽 출전을 바라볼 수 있다. 예선 통과만 하면 내년 본선 참가만으로 랭킹포인트를 받아 경쟁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호주, 이란 등 올림픽 경쟁팀들이 만만치 않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올림픽 출전 확률은 '제로'다. 한국 남자배구는 2015년 아시아선수권때도 조별리그를 잘 통과한 뒤 토너먼트에서 무너져 7위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상황은 암울하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만 좋으면 그래도 부딪혀 볼 만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몸은 대부분 고장난 상태다. 센터 박상하(삼성화재)와 이선규(KB손해보험)가 부상으로 낙마했다. 또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송명근(OK저축은행) 나경복(우리카드)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여기에 기존 센터 신영석(현대캐피탈)도 양쪽 무릎이 좋지 않고 새로 발탁된 진상헌(대한항공)도 치료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센터 없이 훈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었다. 김 감독은 V리그 최고 스타 문성민(현대캐피탈)이란 '천군만마'를 얻었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왼무릎 나사 제거 수술을 했고 빠른 재활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때 김 감독은 염치 불구하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SOS'를 보냈다. "선수를 보내주는 김에 좀 더 보내달라." 최 감독은 김 감독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데려갈 선수가 있으시면 더 데려가십쇼." 결과적으로 14명의 선수 중 현대캐피탈 선수가 6명이나 차출됐다. 팀의 이익보다 한국 배구의 발전을 먼저 생각한 최 감독의 결정이 김 감독은 그저 고맙기만 하다. 김 감독은 "내가 아무리 전임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팀에서 선수를 몰아준다는 건 힘든 일이다. 선수를 보내준 다른 팀도 고맙지만 현대캐피탈, 특히 최 감독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씁쓸한 현실이다. 어느 대표팀 감독이든 매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프로 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스템은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문제지만 태극마크의 가치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프로가 돈으로 말하는 세계라고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돈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 이 가치 속에는 희생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김 감독의 근심을 한층 덜어준 현대캐피탈의 적잖은 희생이 배구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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