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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가 거꾸로 가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V리그 공인구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도쿄올림픽 본선의 공인구 브랜드는 일본 미카사다. 지난 9월 월드컵 때부터 사용된 미카사는 당연히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사용된다. 그런데 KOVO는 V리그에 공인구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국산 브랜드 '스타'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공인구의 브랜드가 아니다. '반발력'이다. KOVO 측은 분명 올 시즌부터 국제 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법을 바꿔 반발력을 미카사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스타 공인구 반발력은 높아졌다. 때문에 레프트 자원들은 공인구의 달라진 반발력에 감을 다시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정지석과 곽승석은 공인구 적응 때문에 야간훈련 횟수를 늘렸을 정도. 반발력이 달라지니 서브 지형도도 바뀌었다. 그러나 미카사는 오히려 탄성을 줄였다. 세계 정상급 수비와 서브 리시브 능력을 갖춘 일본 선수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게 조정했다. 결국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한국 선수들은 또 다시 미카사볼에 적응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9일만 쉬는 남자부 리그 일정도 마찬가지다. KOVO 이사회는 남자부는 내년 1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V리그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을 진단한 결과가 반영됐다. 반면 유럽은 일찌감치 일정을 중단하는 리그가 많다. 터키도 11월 30일부터 리그를 중단한다. 태국과 중국은 올림픽 예선이 끝날 때까지 아예 리그를 시작하지도 않는다.
현장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대표팀에 차출될 자원을 많이 보유한 팀에서 나오긴 한다. 그래도 KOVO는 형평성을 유지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남자부가 중단되면 대표팀에서도 선수를 차출하기에 부담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에둘러 얘기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OVO 이사회는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자"는 마음만 모았지 제대로 된 지원은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남자배구의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건 기대감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배구협회와 다를 바가 없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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