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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3대0의 완승이었다.
경기 전 KB손해보험이 파죽의 16연승을 달리던 현대캐피탈을 침몰시킬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거함 현대캐피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격침시켰다.
KB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 비예나는 무려 70.6%의 엄청난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양팀 최다인 26점을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야쿱이 10점, 나경복이 8점을 더해 현대캐피탈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KB손해보험 공격의 중심에는 세터 황택의가 있었다. 4라운드 땐 허리 통증으로 나서지 못했던 황택의는 이날은 비예나를 중심으로 한 적절한 공격 배분으로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황택의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4라운드 때 관중석에서 맞대결을 보며 현대캐피탈의 약점을 캐치했다고 말했다. 황택의는 "4라운드 때 1대3으로 졌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그전엔 전체적으로 경기를 편하게 풀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접전 경기를 많이 안 해봐서인지 그날은 좀 당황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가거나 리드를 잡으면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는 게 느껴져서 초반에 리드를 하면 분명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상대 공격수들이 편하게 공을 때리지 못하게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갈 수 있게 우리가 뒤에서 수비 등 플레이를 끈질기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는데 확실히 끈질기게 하다보니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들이 나오더라. 그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번엔 예전과 다른 공격 루트를 가져갔다고 했다. 보통은 상대의 낮은 블로킹을 쪽을 공략하는데 이날은 그 반대로 한 것. 황택의는 "그동안 상대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낮은 쪽으로 공을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사이드 쪽이 워낙 높으니까 (황)승빈이 형쪽으로 고집해서 플레이를 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했다"면서 "현대캐피탈도 미들블로커들이 승빈이 형이 앞에 있을 땐 커버를 많이 해주려고 하는 게 보여서 일부러 승빈이 형의 반대쪽으로 공을 줬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키가 작은 황승빈이 있는 쪽으로 공을 올려 공격하도록 하기 때문에 미들 블로커가 황승빈 옆에서 함께 떠주는 것을 이용해 그 반대쪽으로 공격을 하게 했다는 것.
이날 KB손해보험은 강한 서브로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를 무력화시키며 현대캐피탈이 생각한대로 공격을 펼치지 못하게 했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은 "KB손해보험의 서브가 좋아 리시브가 잘 안돼 속공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황택의의 강한 스파이크 서브도 한몫했다. 황택의는 "최근엔 허리가 좋지 않아 스파이크 서브를 잘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감독님께서 서브의 중요성을 말씀하셔서 강하게도 때리고 약하게도 때리면서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만약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과 만나게 된다면 이날의 승리가 분명 큰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는 부분.
황택의는 "현대캐피탈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나중에 플레이오프에서 이겨 챔프전에 나간다면 오늘 1승이 그냥 1승이 아니고 큰 값어치가 있는 승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KB손해보험은 기존에 사용하던 의정부체육관의 안전문제로 인해 경민대 실내체육관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현대캐피탈마저 이기면서 경민대에서만 7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사실 전날 연습하면 오히려 몸이 더 무거운 느낌"이라는 황택의는 "그래서 실제 경기 때는 몸이 더 가벼워지는 지도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의정부=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