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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현대캐피탈 상대로 8연패 중이었는데, 징크스를 끊어서 다행이다."
OK저축은행 차지환(29)이 그 주인공이다. 차지환은 2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 21득점(69.6%)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느덧 프로 9년차에 접어드는 그지만, 말 그대로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
자신의 한경기 최다득점(26득점)에는 못 미치지만, 블로킹 2개에 서브에이스 3개까지 더했다. 어려운 볼을 때려도 기가 막히게 상대 코트에 내리꽂힌 장면이 여럿이었다. 범실도 단 4개 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팀 승리까지 이끌었다
"프로 선수가 100% 만족하는 경기가 있을까. 늘 아쉬운 순간이 있고 후회가 남는다. 그래도 80% 정도는 만족하는 경기인 것 같다. (신영철)감독님께서 항상 날 믿고 중심 선수로 내 이름을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다."
신영철 감독도 "전에 나경복 가르치듯이 옆에 딱 붙어앉아서 하나하나 가르쳤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열심히 해줬다. 훈련 끝나고 야간에 리시브 특훈도 자청해서 받더라. 이제 한단계 올라설 차례다. 올해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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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1의 큰키에 넘치는 탄력과 파워, 차지환이 OK저축은행의 핵심 선수가 돼야한다는 말이 나온건 오래전 일이다. 차지환은 "항상 '수비가 약하다. 리시브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너무 매달렸던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잘하는 공격,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과거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뭘까. 차지환은 "지금도 스윙폼을 교정하고 있다"고 했다.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편이다. 팔을 크게 돌려서 볼에 힘을 싣는 스윙을 했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타점이 많이 떨어진다. 감독님은 '너의 최고의 장점은 키다. 키를 살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위로 들어올려서 때리는 스윙으로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차지환은 "그동안 내게 배구는 그냥 일이었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했을 뿐"이라며 "작년을 기점으로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배구를 안하는 난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뛰고 싶었다. 올시즌은 감독님 피드백에 최대한 맞추고자 노력했다. 난 배구가 너무 재미있다. 지금 배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절절한 속내도 전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비시즌 유니폼을 맞바꾼 전광인-신호진 더비이기도 했다. 차지환은 "신호진은 세리머니도 크고, 분위기 띄우는 능력이 좋다. 그걸 상대하려니 쉽지 않더라"며 웃은 뒤 "(부)용찬이 형이 '(전)광인이를 오늘 좀 도와주자'고 하셨다. 그런데 난 사실 경기 들어가면 내가 주인공이다. 도와주기보단 내 배구를 하는데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멋쩍게 웃었다.
경기전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을 향해 감사의 영상 인사를 전했다. 팬들 역시 전광인이 소개되는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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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환은 "아무래도 현대캐피탈 홈은 야유도 많이 나오고,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선수들이 주눅들면 잡아먹힌다"고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그 결과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오늘도 4세트에서 끝내야한다, 5세트 가면 진다고 서로를 독려했다. 서브나 공격을 때릴 때 '오늘은 내가 해줘야한다'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한게 잘됐다. 프로 선수는 코트 위에서만큼은 싸움꾼이 돼야한다. 순순히 물러나면 투지가 없어보이지 않나. 상대 푸쉬에 밀리면 안된다. 안 좋은 제스처를 하거나 그렇게 선을 넘으면 안되겠지만, 신경전을 피하는 건 프로 선수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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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고지를 떠나 새로운 팬들과 만나야한다. 이동시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차지환은 "변명은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했다.
"안산에는 참 좋은 기억이 많다. 안산 팬들께 죄송스런 마음도 있다. 비록 연고지는 바뀌었지만, OK라는 팀은 그대로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부산 팬들의 힘이 간절하다. 홈이라는 건 선수들에겐 굉장한 이점이다. 응원이 뜨거워지면 선수들도 절로 끓어오른다. 많이 오셔서 함께 배구를 즐겨주시길 바란다."
천안=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