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또 똑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트 터치는 팀에 많이 미안하다."
3세트에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대한항공이 20-19로 앞선 가운데 대한항공 김규민이 속공에 성공하는 듯했다. 블로킹을 시도한 현대캐피탈 김진영의 머리를 맞고 공이 크게 튀면서 관중석 쪽으로 공이 넘어갔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쫓아갈 수 없는 공이었고, 실제로 쫓아간 선수도 없었다.
이때 김규민이 반대편 코트에 있는 김진영에게 손을 뻗어 사과를 했다. 김진영의 머리를 세게 맞힌 것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신사적인 행동이었다.
헤난 대한항공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명백히 쫓아갈 수 없는 공이었기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규정은 규정이었고, 대한항공 측도 더는 항의할 수 없었다.
여기서 흐름을 뺏긴 대한항공은 3세트를 22-25로 내주면서 세트스코어 1대2로 역전됐다. 김규민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료들이 힘을 냈다. 특히 주장 정지석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면서 4, 5세트를 내리 따낼 수 있었다.
|
|
김규민은 극적인 승리 뒤 "팀에 미안했다. 그 상황이 네트 터치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성격이 원래 조금 빨리빨리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하지 않을까. 네트 터치는 팀에 많이 미안하다. 나는 이미 공격하고 때린 입장이다 보니까 (김진영의 머리에) 맞은 것을 알아서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 것 같다. 이미 득점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규민은 팀이 이기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뛰었다. 그 과정에서 블로킹과 공격 득점을 하면 더 크게 파이팅을 하면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김규민은 "(정)지석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하더라. 이겨서 기분 좋게 이야기하지만, 졌다면 나 때문에 경기 흐름이 바뀌어서 안 좋은 상황이 왔다면 많이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점 상황을) 마음에 안 담고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생각을 안 하고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세트를 내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헤난 감독은 "(김)규민이는 엘레강스하게 상대에게 존중을 표시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행동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김규민은 "현대캐피탈이라는 강팀을 이겨서 기분 좋다. 우리 팀이 5연승을 하고 있는데, 팀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
천안=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