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슬로우스타터' 도로공사가 무려 15시즌만에 1라운드를 선두로 마쳤다. 그리고 2라운드도 선두를 이어가고 있다.
도로공사는 19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거뒀다.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개막전 패배 후 8연승을 질주, 8승1패 단독 선두다.
도로공사를 벌써 10년째 지휘하며 이미 2번의 우승을 안긴 김종민 감독의 지도력에 모마-타나차-강소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막강한 공격력이 돋보인다. 김세빈-이지윤 두 어린 선수가 벌써 리그에서 인정받는 미들블로커로 성장했다. 시즌초 부진한 김다은 대신 세터를 책임지는 이윤정의 안정감도 좋다.
무엇보다 '최고 리베로' 임명옥의 빈 자리를 메운 문정원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도로공사의 팀컬러 '그물망 수비'를 함께 이끌었던 두 선수다. 하지만 올시즌 전 임명옥이 기업은행으로 이적하고, 문정원은 리베로로 포지션을 옮겼다.
우승 도전 시즌인 도로공사 입장에선 다소 모험수였다. 그래도 김종민 감독은 수년간 리시빙 아포짓으로 활약했고, 대표팀에서 리베로를 맡은 경험도 있는 문정원의 안정감을 믿었다.
사진제공=KOVO
그 결과는 현재까진 대성공이다. 문정원은 올시즌 임명옥 유서연 한다혜 등 리그를 대표하는 리시브 좋은 선수들을 제치고 리시브 효율 1위(47.4%)를 달리고 있다. 디그에서는 세트당 5.162개로 임명옥에 이어 2위, 수비는 임명옥에 앞선 1위다. 임명옥 없이도 도로공사다운 끈질긴 수비가 이뤄지고 있다.
문정원은 2011~2012시즌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15번째 시즌에서의 리베로 변신이 '1라운드 1위'라는 생경한 도로공사의 초반 질주로 이어질 거란 예상은 선수 자신도 전혀 못했다.
문정원은 "8연승이 너무 기분좋다. 우린 항샹 시즌 초반이 안 풀리던 팀이다. 우승 2번도 차근차근 맞춰나가면서 후반부 분위기를 끌어올린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하위권에 있을 때도 고춧가루 부대 역할은 톡톡히 했다"고 돌아봤다.
문정원(왼쪽)과 임명옥은 과거 도로공사의 그물망 수비를 이끌던 두 축이었다. 이젠 코트 반대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적이 됐다. 사진제공=KOVO
지난 시즌까지 9시즌 동안 임명옥과 함께 한 사령탑을 만족시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날도 김종민 감독은 "저는 리베로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아직 (문)정원이는 아직 상대의 공격 방향을 읽는 능력이나 팀을 이끄는 부분, 또 수비의 정교함도 부족하다"면서도 "리베로 처음 하는 선수 치곤 물론 최상급"이라는 칭찬을 덧붙였다.
문정원은 "내겐 동기부여가 된다. 해내야지 라는 마음이 더 커진다. 덕분에 지금 리베로를 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코트 건너편의 임명옥을 바라본 기분은 어떨까. 문정원은 "항상 보고 배우는 존재다. 상대팀에 있어도 보이니까. '와 저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나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중"이라며 "수비 방향이나 리시브 타이밍처럼 팀원들과 맞춰야할 부분이 아직 많다.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KOVO
절정의 수비력과 더불어 한때 '서브퀸'으로도 유명했던 문정원이다. 하지만 리베로에겐 서브권이 없다. 문정원은 "팬들은 많이 아쉬워하시는데, 난 서브 원없이 때려봤어서 별 생각이 없다"며 웃었다.
김종민 감독의 애정이 가득한 선수다. 이날 작전타임에도 끊임없이 문정원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워낙 많은 말씀과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해주신다. 방금 인터뷰 오는 길에도 한소리 들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