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출신 지도자는 무조건 망한다? 박철우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처음에는 발가벗은 기분이었다"

기사입력 2026-02-26 14:07


스타 출신 지도자는 무조건 망한다? 박철우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처음…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대행이 득점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장충=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2.06/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수들만 잘할 수 있다면 광대도 될 수 있다."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의 돌풍이 무섭다. 우리카드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V리그 6라운드 첫 경기 OK저축은행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1로 승리,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5라운드 5승1패로 반전 분위기를 만든 우리카드는 6라운드 시작도 완벽하게 출발하며 플레이오프롤 향한 진격에 나섰다. 승점 46점으로 OK저축은행을 6위로 떨어뜨리고 5위가 됐다. 25일 기준 4위 한국전력과 같은 승점이며 3위 KB손해보험을 승점 4점차로 따라붙었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우리카드가 봄 배구 냄새를 맡을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총체적 난국. 하지만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교체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후반기 13경기 10승3패. 결국 반전의 주인공은 박철우 감독대행이다. 우리카드는 자신들과 큰 연관이 없던 '레전드' 출신 박철우를 올시즌 전 코치로 영입했다. 박 코치는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한국전력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삼성화재 색깔이 매우 강했던 선수. 하지만 우리카드는 출신과 상관 없이 선수들에게 '승리 DNA'를 심어줄 수 있는 지도자면 환영이라며 박 코치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스타 출신 지도자는 무조건 망한다? 박철우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처음…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경기.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대행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1.30/
그게 '신의 한 수'가 되는 분위기다. 박 코치가 아닌, 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우리카드는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됐다. 선수가 바뀌고 한 것도 없다. 원래 멤버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톱니바퀴같이 조직적으로 선수들이 잘 움직여주니, 힘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박 감독대행은 초보 중 초보다. 은퇴 후 잠시 해설위원 일을 하다, 처음 코치 직함을 얻었고 얼마 되지 않아 감독이 됐다. 박 감독대행은 이 과정을 돌이키며 "발가 벗고 무대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준비가 안됐는데, 뭔가 해야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 수많은 고민을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정말 어려웠다. 기술적 디테일, 팀 분위기 등을 다 신경써야 했다. 그 중에서도 배구라는 종목의 기본을 가장 중요시 여겼다. 그렇게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잡혔다. 이제는 선수들이 모두 한 길로 가고 있다. 처음보다는 확실히 편하다. 선수들도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대행은 본인 덕에 팀이 바뀔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이렇게 팀을 바꿨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너무 건방지다.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부분을 늘 강조했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꼬집었다. 내가 얘기한 것보다 선수들이 받아들인 게 중요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이기며 '이게 되는 구나'라고 느꼈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스타 출신 지도자는 무조건 망한다? 박철우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처음…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경기.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대행이 생각에 잠겨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1.30/

겸손하게 말했지만,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박 감독대행은 "훈련부터 선수들 상태를 유심히 본다. 컨디션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말이다. 경기장에선 어떻게 달라졌는지, 라커룸 분위기는 어떤지도 다 체크한다. 경기할 때 표정, 몸놀림도 본다. 자신 없는 액션이나 목소리를 내는지도 관찰한다"며 올바른 선수 투입을 위해 하루종일 선수들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대행은 "선수들만 잘할 수 있다면 나는 광대도 되고, 악당도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 모두가 노력중이다. 나는 교체 선수들이 들어가 잘해줄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우리 팀은 웜업존에 있는 누가 들어가도 주전급 이상으로 활약해줄 수 있다. 백업 선수들이 훈련 때 준비 잘해주고, 어려울 때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보통 프로 스포츠에서는 종목을 막론하고 스타 출신들은 지도자로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실제 그런 사례들이 너무나 많았다. 너무나 잘했던 사람들은, 거기에 못 미치는 능력을 가진 선수, 후배들과의 교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감독대행이 그 편견을 다 깨부수려 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광폭 행보가 심상치 않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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