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12년 하나은행 FA컵 성남-울산의 16강전을 앞두고 감독실을 찾은 취재진을 허탕을 쳤다. 수은주가 33~34도를 오르내린 이날, 그라운드 땡볕 아래서 김호곤 울산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약속이라도 한듯 나란히 긴팔 화이트셔츠 차림이었다. 얼굴이 발갛게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런저런 축구계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며 1시간 넘게 그렇게 서 있었노라고 했다. 감독들의 못말리는 수다다.
주지하다시피 김 감독과 신 감독은 막역한 사제지간이다. 두 감독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에서 김 감독은 코치, 신 감독은 선수였다. 각별했던 사제 관계는 20년 넘도록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에게 신 감독은 특별한 후배다. 언젠가 신 감독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진짜 남자다운 친구다. 제자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지만 특별하다"고 평했었다.
이날 신 감독은 '선생님'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메리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아시아챔피언스 정상에 올라보니 정말 좋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스승에게 고스란히 털어놨다. "K-리그 경기 일정이 빡빡하고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피튀기는 순위 경쟁이 예상되지만, 절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성남과 분요드코르의 16강전을 지켜봤다면서 "경기 내용은 정말 좋았는데 너무 아깝더라"며 성남의 탈락에 진심어린 아쉬움을 전했다.
제자의 못 다이룬 꿈을 스승이 이어갈 참이다. 아시아 챔피언을 향한 굳은 의지를 표했다. 김 감독은 "8월까지는 K-리그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후 9월 이후 아시아챔피언스에 올인해야 한다. 9월에도 A매치가 있어 경기가 너무 몰리는 어려움이 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기회는 늘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일하게 8강에 오른 K-리그 클럽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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