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업계가 최고급 사양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판매하는 '칩시크' 전략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다.
'칩시크(Cheap-chic)'란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능을 갖춘 제품을 일컫는 것으로 의류·화장품 등 소매업종에서 인기를 끌다가 프리미엄 IT 시장에도 이를 표방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는 것.
다만 스마트폰, DSLR 카메라, 하이브리드PC 등 프리미엄 IT 시장에 부는 칩시크 바람은 중저가의 보급형이 아닌 첨단기능 등의 최고급 사양을 갖추고 가격 거품을 뺀 제품이라는 점에서 '하이엔드(High-end) 칩시크' 제품으로 구분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합리적인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칩시크 제품은 당분간 크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팬택은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6인치급 대화면에 Full HD LTE를 지원하는 최고급 스마트폰 '베가 NO6 Full HD'를 공개하고, 84만9000원에 출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팬택이 지난해 9월 출시한 '베가 R3'의 출고가(99만9900원) 대비 18% 저렴하고, 같은 시기에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32GB,108만9000원)에 비해서는 무려 28%나 가격을 낮춘 것이다.
그런데 '베가 NO6 Full HD'는 이들 제품보다 고사양에 각종 첨단 기능도 갖췄다. 5.9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했고 Full HD(1920X1080)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화질을 구현했다.
여기에 CPU는 퀄컴의 최신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S4 프로'에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젤리빈(Android 4.1)을 탑재했다. 또 전면부에 Full HD 30프레임(fps) 카메라와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 3140mAh의 스마트폰 최고 용량 배터리 등을 갖췄다. 게다가 후면 터치패드로 화면 전환이 가능한 'V 터치' 기능, 키패드를 좌우로 움직여 한 손으로 입력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원 핸드 컨트롤(One-hand-control)'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첨단기능을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팬택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착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풀HD 전쟁이 스마트폰 가격 상승을 견인해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더 높일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오히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하이엔드 칩시크' 트렌드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풀프레임 DSLR 카메라는 35mm 필름 규격과 같은 이미지 센서를 가진 것으로, 센서 면적이 넓어 해상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풀프레임 DSLR은 광학기술의 결정체인 만큼 500~800만원의 높은 가격대로 판매돼 전문가나 하이 아마추어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캐논과 니콘, 소니가 각 사의 자존심을 내건 스탠다드 풀프레임 DSLR 카메라를 출시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 캐논은 세계 최경량 풀프레임 DSLR 'EOS 6D'를 출시했고, 니콘은 'D600', 소니는 'A99'를 선보였다. 3가지 제품 모두 풀프레임 DLSR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00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하이브리드PC는 노트북과 태블릿 시장이 만든 새로운 트렌드이다. 일반 노트북 모니터 부분을 따로 떼 태블릿으로 사용하다가 다시 도킹스테이션과 결합하면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어 노트북의 기능성과 태블릿 PC의 휴대성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직장인들에게 범용적으로 사용될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PC는 출시 초기 차별화된 성능과 윈도 OS 사용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고가 정책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경험이 있다. 2011년 삼성전자가 선보인 슬레이트PC가 출고가 179만원으로 출시된 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HP는 지난 25일 하이브리드PC 엔비X2를 출고가 99만원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하이브리드PC 가격을 100만원대 이하로 낮춘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하이엔드 칩시크' IT 제품들은 고사양 프리미엄 기능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도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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