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필리핀에서 귀국하면서 두번 다시는 그 나라에 안가겠다고 맹세를 했더랬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니 무뎌집니다."
개그맨 황기순이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를 탔다. 황기순에게 필리핀은 인생의 암흑기를 보낸 악몽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라다.
18일 오전 8시 30분 마닐라행 비행기를 탄 황기순은 "필리핀은 도박 이미지와 오버랩 돼 있어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방송 촬영을 겸해 다시한번 잘못된 과거를 되돌아볼 반성의 기회가 될 것같다"고 말했다.
황기순은 1997년 필리핀에서 환치기수법으로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물의를 빚어 2년동안 도피 생활을 했으며, 외국환관리법 위반자 중 자수자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귀국해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당시 초범인데다 자수한 점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이후 도박을 끊고 자전거로 전국을 순회하며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등 속죄의 마음으로 2000년부터 꾸준히 선행에 앞장서왔다.
황기순의 이번 필리핀행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귀국한지 13년만이다. 그는 방송촬영을 통해 현지에서 땀 흘려 번돈의 가치를 다시한번 상기하고, 과거 자신이 어렵게 생활했던 빈곤의 현장을 찾아 당시 최악의 생활을 보냈던 자신을 도와준 어려운 현지인들에게 옷과 선물 등을 전달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이번에 황기순은 현지에서 인력거를 직접 끌고 참치잡이배에도 올라 힘든 일을 하는 등 직접 체험하는 일정에 나선다.
황기순은 "도피생활중 국내에서 지인들의 도움이 끊긴 뒤 쓰레기 통을 뒤지며 하루 하루 연명했던 적이 있다"면서 "당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며 모든걸 포기하려던 순간 저에게 용기를 주고 삶의 의지를 일깨워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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