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핵심종목 25개에서 제외된 가장 큰 이유는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비판에 대해 레슬링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9일 강원도 양구 양구문화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13년 세계선수권 파견 레슬링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 모인 레슬링인들에게 직접 물었다. '진짜 재미가 없는 것인가', '재미없다는 비판이 왜 나왔나',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레슬링인들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20년간 25번 바뀐 규정
레슬링인들이 분석한 '레슬링이 재미없는 이유'는 잦은 규정 변화였다. 이진걸 협회 이사는 "최근 20년간 레슬링 규정이 25번이나 바뀌었다. 레슬링인들도 바뀐 규정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데 일반인들이 규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규정을 모르고 경기를 보니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잦은 규정 변화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 결과다. 그 중심에는 2002년부터 '장기 집권'을 한 라파엘 마르티네티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의 한 관계자는 "마르티네티 회장의 아내, 자녀들이 모두 FILA의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연맹을 장악했다. 또 아제르바이잔 석유 재벌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 회장이 직접 경기 심판을 배정하는 불공정 행위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특정 국가 선수들을 밀어준다는 의혹에 시달렸다"고 했다. 가장 큰 패착은 3회전 세트제(1회전 2분)로의 변화였다. 이 이사는 "세트제로 바꾸면서 그레코로만형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트만 따내면 되니깐 1점을 내고 수비만 하는 레슬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FILA는 2011년에 3세트 경기에서 2세트를 먼저 따내는 선수가 승리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각 세트별로 1분30초간 스탠딩 경기를 하고, 30초는 파테르를 준다. 기존 세트별 점수를 통합해 승자를 가리던 규정은 폐기처리됐다. 그렇다보니 1분30초 동안 기술 없이 시간만 보내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경기는 지루해졌다. 재미없다는 비판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선수들이 힘이 빠져야 레슬링이 재미있다
레슬링인들은 세트제, 경기시간, 경기방식에 변화를 주면 재미 있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방식으로의 회귀다.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은 "예전에 3분 2회전, 5분 1회전으로 경기가 진행될때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레슬링은 초반에 점수가 잘 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3분 이후부터 진짜 기술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1회전이 2분만에 끝나니 지치기 전에 힘겨루기만 하다 끝난다. 기술이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레슬링 관계자들은 "3분 2회전, 5분 1회전 경기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트제도 수술이 불가피하다. 1,2회전 통합 점수로 승자를 가려야 공격적인 레슬링이 가능하다. 비판의 대상이 된 '수비 레슬링'을 없애기 위해 파테르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장기 집권'을 하던 마르티네티 회장의 사임으로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다. 김학열 협회 사무국장은 "마르티네티 회장이 사임했으니 차기 회장이 많은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퇴출 위기가 오히려 세계 레슬링 관계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열 레슬링협회장은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퇴출 반대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기를 인식하고 힘을 모은다면 퇴출 결정을 번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양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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