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의미 있는 승리네요. 기분 좋습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모처럼 웃었다. 바람잘날 없는 프리시즌이었다. '공격의 핵심' 박기동 서동현과 '수비의 한축' 한용수가 부상으로 쓰러졌고 '에이스' 산토스는 잔류를 제안을 뿌리치고 중국으로 떠났다. 윤빛가람 이 용 등이 영입됐지만,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다. 전남과의 개막전이 불안했던 이유다. 그러나 제주는 2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전남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페드로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 승리를 거뒀다. 박 감독이 이날 승리를 의미있다고 말한 3가지 이유가 있다.
박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3월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제주의 시즌 성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시점을 터닝포인트로 잡았다. 여기에 윤빛가람 마라냥 이현진 등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팀 적응을 마치고, 홍정호까지 돌아온다면 상위권 못지 않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게 박 감독의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첫 판을 승리로 장식한 것은 3월 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박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첫 경기에서 지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며 웃었다.
둘째는 전남 원정 징크스를 넘은 것이다. 제주는 전남 원정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6년 6월 6일 이래로 전남 원정에서 7경기(3무4패) 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전북, 광주 등 호남팀에 약했던 제주이지만 광양 원정은 제주에게 무덤과도 같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호남 지역 징크스를 타파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제주기에 전남 원정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박 감독은 "광양에서 경기를 잘하고도 진 경기가 많다. 이번 승리로 선수들이 한결 호남 원정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제주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방울뱀축구를 앞세운 공격진은 서울, 전북에 이어 리그 빅3로 꼽혔다. 그러나 부실한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박 감독은 2013시즌을 앞두고 수비를 새롭게 정비하기보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부상으로 광주의 수비수 이 용을 갑작스레 영입하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다. 첫 경기부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자신감을 더하게 됐다. 오반석과 이 용 중앙수비의 콤비플레이는 나쁘지 않았고, 대구에서 새롭게 데려온 골키퍼 박준혁은 이종호의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홍정호 마다스치까지 복귀한다면 더이상 수비는 제주의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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