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탈락했다.
아픈 기억은 빨리 잊고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후유증이 녹록지가 않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715만6157명의 관중을 유치하며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 시대에 돌입했고, 올해에는 700만 시대 사수를 기대했다.
더구나 NC의 9구단 진입에 이어 KT 10구단 창단에 성공하면서 장기적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 인기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매개체로 삼은 것이 이번 WBC였다.
구본능 KBO 총재는 지난해 제3회 WBC와 국내 야구열기를 연관지어 우려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구 총재는 쿠바가 아시아권 조별리그에 포함된 사실과 객관적인 한국 대표팀의 전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리 프로야구가 600만 시대를 돌파한 게 기쁘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흥행열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제3회 WBC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혹시 기대에 못미치면 이후가 걱정이다"라는 게 구 총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구 총재가 우려한 대로 쿠바를 견제하기는 커녕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부터 탈락했다. KBO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제 2013년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나온 WBC의 결과가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는 WBC와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를 계기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려왔다.
2006년까지 관중 300만 시대를 유지하던 프로야구는 초대 WBC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이후인 2007년 단번에 400만 관중 시대를 맞았다.
이어 구기 종목 사상 최초 금메달의 기적을 일궜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500만 시대에 돌입했다. 2008년 당시 525만여명이던 관중은 2009년에 592만여명으로 600만 시대의 목전까지 치달았다.
결국 2009년 WBC 준우승으로 한국야구의 국제무대 호황기가 유지되자 국내 프로야구도 관중 600만명에 이어 700만명까지 단번에 성장가도를 달렸다.
과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4강신화'을 달성한 이후 한동안 축구 열풍을 누렸던 것과 비슷한 결과였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을 전후해 인기 추락에 빠져들면서 프로야구에 비교가 안되는 프로 스포츠로 전락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사상 최초의 16강 진출을 이뤘지만 시들해진 축구열기를 되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동안 앞만 보고 황금기를 달려온 국내 프로야구가 축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프로농구계도 WBC 탈락에 가슴을 치고 있다. 프로농구는 최근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6강 고의탈락 의혹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는 판국에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한국 야구의 WBC 선전을 간절하게 기원했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야구쪽으로 집중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WBC가 조기에 끝난 이상 스포츠계 주요 관심사라고는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 외에 딱히 두드러지게 없게 생겼다.
이처럼 WBC 탈락이 남긴 후유증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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