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어제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벌어진 제3회 WBC B조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대만에 3:2로 역전승하며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 밀려 탈락했습니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의 5:0 완패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타이중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 선수 선발이나 훈련, 그리고 선수기용 등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항전을 항상 원정 경기로 치러야만 하는 불리한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2006년 제1회 WBC와 2009년 제2회 WBC는 모두 일본에서 1라운드를 치렀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도쿄돔에서 1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 뒤 2라운드부터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이번 제3회 WBC에서는 한국이 B조, 일본이 A조에 편성되면서 1라운드에 일본 원정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대신 일본보다 더욱 부담스러운 대만 원정을 치러야 했습니다. 대만이 WBC 1라운드를 사상 최초로 자국에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대만의 노력은 사상 최초 WBC 2라운드 진출이라는 성과로 보상받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야구 국가대항전 단일 대회가 한국에 유치된 것은 무려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9년 9월 제20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 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지역 예선을 잠실구장으로 유치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대만을 연파하고 우승하면서 시드니 올림픽 진출을 결정지었고 이후 본선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일본을 꺾고 사상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한국 야구는 국가대항전을 위해 항상 밖으로만 나돌아야 했습니다. 세 번의 WBC는 물론이고 두 번의 올림픽 예선도 원정 경기로 치러야 했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예선은 일본 삿포로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은 대만 타이중에서 치러졌습니다. 대만과 일본에 연패해 아테네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삿포로 참사'는 지금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야구가 타 종목에 비해 홈과 원정의 차이가 비교적 적은 구기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현지 적응, 낯선 그라운드 컨디션, 열광적인 홈 관중의 응원,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불리한 심판 판정까지 홈 어드밴티지를 지닌 상대팀과 맞서 한국 야구는 항상 원정 경기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이제 한국도 '타이중 참사'를 만회할 수 있도록 제4회 WBC를 자국으로 유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 시즌인 3월에 WBC와 같은 국가대항전을 치르기에는 기후가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과 같이 돔구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돔구장으로 올 연말 완공 예정인 고척돔은 2만 명이 넘는 적은 수용 규모로 인해 WBC를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프로 구단들이 입성하기를 꺼릴 정도로 수용 규모는 물론 접근성도 좋지 않습니다. KBO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국가대항전을 치르기 위한 새로운 돔구장 건설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국가대항전을 원정으로 치르는 풍토가 계속 당연시된다면 제2, 제3의 '타이중 참사'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한국 야구가 밖으로만 나돌아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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