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라도 보려고 갔는데…"
전창진 KT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강동희 동부 감독에 대한 애끓는 심정을 나타냈다.
전 감독은 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 앞서 의정부지검을 찾아갔던 사연을 소개했다.
의정부지검은 강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소환돼 8일 오전 2시쯤까지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이날 오리온스전을 맞아 경기도 고양에 묵었던 전 감독은 오전 1시쯤 무작정 의정부지검으로 달려갔다. 강 감독이 조사를 마치고 곧 귀가조치될 것이란 소식을 듣고난 이후였다.
전 감독은 "친동생같은 강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에 이르렀는데 편하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면서 "얼굴이라도 보고 무슨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 식사라도 한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무심코 검찰 청사에 들어서는 순간 구름같이 몰려든 취재진과 방송 카메라를 헤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태어나서 기자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있는 것은 TV에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북새통에 강 감독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강 감독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강 감독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면 다 안다.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누군가 옆에서 말이라도 한 마디 따뜻하게 건네주는 사람이 필요할텐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
이후 전 감독은 "통화라도 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지만 강 감독의 휴대폰은 내내 꺼져있었다"면서 "강 감독도 그렇지만 그의 부인 등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전 감독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민감한 이 시기에 강 감독을 만나러 갔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지인이 그런 말을 하길래 호되게 야단쳤다"면서 "내가 무에 켕기는 게 있어서 그따위의 시선을 걱정하겠는가. 내발로 못 갈 곳을 간 것도 아니고 남들의 오해가 두려워서 발길을 피하는 것은 형이자 선배로서 도리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구계에서 전 감독은 허 재 KCC 감독, 강 감독과 함께 과거 동부에서는 물론 젊은 시절부터 형제의 정을 나눠온 사이로 유명하다. 그중 맏형 격인 전 감독 입장에서는 막내동생인 강 감독의 수난을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전 감독은 언론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강 감독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 아직 어떤 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죄가 밝혀지면 그 때가서 비난을 달게 받으면 되지 않는가. 너무 앞서가서 부정적인 측면만 확대시키면 매장당한 인간 강동희는 앞으로 한국땅에 어떻게 살겠는가. 모두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전 감독은 이날 경기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이렇게 우울하게 경기를 맞은 적이 없다"면서 한숨을 푹 쉬며 코트로 향했다.
고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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