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마음졸였는지 알지?"(LG 김기태 감독)
"알고있습니다. 감독님, 제가 10월에 선물 드리겠습니다."(LG 투수 우규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가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몇 마디 말 혹은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한다. 이런 상황은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일들이 쌓였을 때 종종 나오곤 한다. 기쁜 일과 힘겨웠던 일을 함께 나누면서 교감이 이뤄졌을 때다.
LG 김기태 감독과 투수 우규민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했다. 많은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몇 마디 말로 이미 충분히 서로의 마음과 각오를 나눴다.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규민아, 잠깐 이리 좀 와봐." 10일 낮 대구구장에서 삼성과의 시범경기를 준비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 감독이 불펜 피칭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우규민을 불렀다. 약간의 익살을 담은 김 감독은 우규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규민아, 너 알지?" 목적어가 사라진 문장. 그러나 우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감독의 불완전한 문장속에 담긴 진짜 뜻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말을 풀어보면 이렇다. "규민아,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고 있지?". 그만큼 김 감독에게 우규민은 애증을 불러일으키는 선수다. 올해 김 감독은 우규민을 LG 선발진의 한 축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소속팀 LG에 복귀한 우규민은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선수다. 지난해 리즈와 주키치 이외에는 마땅한 선발이 없어 고전했던 김 감독은 우규민을 선발로 활용해 올해 4강 진입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우규민은 한때 김 감독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지난 1월 자체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한 것.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면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키지 않겠다"던 김 감독은 결국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우규민을 캠프 참가명단에서 제외했다. 우규민을 결국 진주에 차려진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어야 했다.
김 감독에게도 실망이었겠지만, 우규민 본인의 실망도 매우 컸다. 소속팀에 처음 복귀해서 치른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우규민은 결국 진주 캠프에서 성실히 몸을 만들었다. 그런 노력은 끝내 김 감독에게까지 보고됐다. 결국 우규민은 뒤늦게나마 지난 2월26일에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속사정이 있기에 김 감독은 우규민에게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서 구위가 합격점을 받아 선발 로테이션 진입 계획도 확정지은 상태. 김 감독의 짧은 말에는 이런 사정과 함께 우규민에게 올해 파이팅을 주문하는 뜻이 모두 담겨 있었다.
우규민도 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있었다. 우규민은 김 감독에게 "알고 있습니다. 10월에 선물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 역시 엉뚱한 문장이다. 김 감독도 처음에는 잘 못알아들었는지, "10월에 선물?"이라며 잠시 의아해했다. 그러나 금세 그 속뜻을 알아차리고서는 "아하! 그래 10월에 보자"고 기뻐했다. 우규민이 말한 '10월 선물'은 곧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10월에 열리는 가을 잔치에서 승리의 선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에게 한 우규민의 약속이 현실로 이뤄질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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