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의 2선발 등극은 예상 밖의 사건이다.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동양인 투수를 2선발로 선택한 돈 매팅리 감독의 승부수라고 볼 수도 있다. 잭 그레인키가 부상 때문에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경쟁자였던 채드 빌링슬리가 손가락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류현진 스스로 시범경기에서 매팅리 감독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덕분에 나온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실 시범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류현진은 제구력과 적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특유의 낙천적인 정신력을 발휘하면서 적응을 순조롭게 밟아가며 매팅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동양인 투수가 데뷔 시즌에 2선발을 맡은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90~2000년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박찬호, 노모 히데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등도 데뷔 시즌에는 4,5선발 또는 불펜 투수에 불과했다.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꽃을 피운 노모의 경우 데뷔 해였던 95년 마이너리그 등판을 거친 뒤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선발 순서를 굳이 따지자면 당시 다저스 내에서 5선발 정도였다. 그러나 노모는 13승으로 신인왕을 따내면서 이듬해인 1996년에는 라몬 마르티네스와 이스마엘 발데스에 이어 3선발을 거머쥐고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섰다.
박찬호는 데뷔 해였던 94년 다저스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패전처리 정도의 불펜투수였다. 그가 풀타임 선발로 뛰기 시작한 것은 97년이다.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톰 캔디오티와의 5선발 경쟁에서 이긴 박찬호는 14승을 거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박찬호는 98~2000년까지 3년 연속 2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당시 다저스에는 라몬 마르티네스와 케빈 브라운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2000년 시즌 18승을 거두며 이듬해인 200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영광을 안았다. FA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이었다.
일본 무대를 정벌하고 2007년 미국행을 택한 마쓰자카는 데뷔 시즌 3선발이었다. 당시 보스턴은 커트 실링, 조시 베켓, 팀 웨이크필드 등 강력한 선발들이 많았던 터라 마쓰자카의 3선발 낙점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쓰자카는 그해 15승을 거두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투수들 가운데 첫 성공 사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마쓰자카는 2년차였던 2008년 마침내 개막전 선발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해 3월2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것이다. 직전 시즌 20승을 올린 베켓과 17승의 웨이크필드가 있었지만, 보스턴은 일본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만큼 전략적으로 마쓰자카를 선발로 선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다르빗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 4선발이었다. 이미 팀내에는 매트 해리슨, 데릭 홀랜드, 콜비 루이스, 라이언 뎀스터 등 베테랑 선발들이 버티고 있던 상황. 그러나 다르빗슈는 데뷔 시즌 29경기에 선발등판해 16승9패에 평균자책점 3.90의 호성적을 거두며, 이번 시즌 해리슨에 이어 2선발로 선택받았다.
이밖에 이시이 가즈히사는 2002년 다저스에서 데뷔할 때 5선발이었고, 구로다 히로키 역시 데뷔해인 2008년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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