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또다시 역사를 썼다.
삼성화재는 28일 끝난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대0으로 격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챔피언결정전 6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올시즌은 삼성화재에게도 위기였다. 선수들의 노쇠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물음표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신 감독은 또 만들어냈다.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스스로가 일궈낸 결과물이다.
이런 신 감독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몰빵 배구'다. 역대로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배구를 추구했다. 지난해 가빈이 그랬고, 올해는 레오가 그랬다. 상대편에선 '몰빵'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러나 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흔히 삼성화재 배구를 '몰빵'이라고 하는데 선택과 집중, 분업화된 배구라 생각한다. 메시가 골을 많이 넣듯이 배구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하기 때문에 철저히 분업화돼야 한다. 석진욱을 못 빼는 것은 리시브 하나 때문이다"라며 분업화 배구가 지금의 삼성화재를 이끌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신 감독은 "선수들은 누구나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주목받고 싶어한다. 다들 그렇게 플레이를 하면 누가 리시브를 해주고 누가 디그를 해주겠는가"라며 "우리는 확실하게 분업을 한다. 선수들의 희생이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고맙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에이스론'도 확고했다. 신 감독은 "여러명의 공격 루트가 있는 게 좋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엔 에이스가 해결해야 한다. 세터가 주저하는 순간 플레이는 꼬이게 된다"며 "세터가 공을 올려줘야 에이스는 제 역할을 한다. 우리팀 유광우 세터는 그런점에서 에이스의 활용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1년 내내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게 결과로 이어졌다. 우승을 결정짓고 잠시 벤치에 앉아 '내년에 또 이 짓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웃은 뒤 "그러나 고생하지 않고 결과를 낼 수 없다. 우승은 이제 추억이 됐다. 내년을 위해 준비하겠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시선은 내년을 향해 있음을 드러냈다. 6연패 위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의 거센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연패를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
신 감독은 "삼성화재는 지는데 익숙하지 않다. 감독으로서 엄청난 부담이다. 준비 밖에 없고 훈련 밖에 없다. 훈련을 잘 하기 위해서는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선수에게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 사위까지 이 팀에 있는데 내가 그런 자신이 없으면 팀을 떠난다고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특급 활약을 펼친 레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신 감독은 "레오는 이제 '삼성화'가 됐다. 감독이 용병을 이끄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가 끌고 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레오는 배구 이해도가 참 좋았다. 처음에는 문화 차이로 갈등이 있었다. 쿠바는 이런 식으로 훈련 안한다는 얘기도 했었다.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레오 마음을 얻으려고 상당히 노력했다"며 "고맙게도 레오 역시 3~4년은 삼성에서 뛰겠다고 에이전트에게 말했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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