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진다. 소방수가 빠른 속도로 올라온다.
그도 눈 앞에 펼쳐진 붉은 물결이 반사하는 함성에 살짝 상기된 표정이다. 돌아서 야수들과 잠시 교감하며 여유를 찾는다. 타자와의 1대1 승부. 관중들의 환호와 기운을 왼손 끝에 모은다. 피해가는 건 없다. 무조건 승부다. 딱 하나의 볼을 제외하곤 모두 스트라이크. 단 7개의 공만으로 빠르게 경기를 끝낸다. 임무를 마치고 걸어내려오는 그를 향한 1루쪽 함성이 절정에 달한다.
지난 10일 잠실구장. LG 마무리 봉중근의 등판 장면 스케치다. 이날 잠실벌은 때 아닌 꽃샘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영상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1루측 LG 응원석은 꽤 많은 열혈 팬들이 자리를 잡았다. 관중수 9076명. NC쪽 관중석이 한가했으니 다수는 LG 홈 팬이었다. 말 그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진정으로 LG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봉중근이 등판하자 신바람 나는 축제 한마당을 펼쳤다. 어깨동무를 한채 들썩이며 목청이 터져라 합창을 하며 추위를 녹였다. 매서울 정도였던 날씨도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열정 앞에서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축제가 잠시 중단될 위기가 있었다. 2사 후 NC 조영훈이 밀어친 좌중간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좌익수 양영동이 포구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조명 속으로 공이 사라졌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존재감을 알리는 잠실구장표 조명 도움 2루타. 타석에는 4번 이호준. 거포의 한방이면 단숨에 7-7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LG 응원석에 위기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리와 춤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의 축제를 계속 즐겼다. 봉중근에 대한 절대적 믿음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던 장면. LG의 수호신이 팬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기까지 불과 몇분 걸리지 않았다. 딱 2개의 공만에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쳤다.
'수호신'으로 돌아온 봉중근. 잠실구장에 축제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봉중근 표 쇼타임'이다. 관중들과 함께 오르내리며 호흡할 줄 아는 스타 기질을 갖춘 선수. 앞으로 짐실벌이 자주 들썩이게 될 것 같다. 10일 현재 LG가 올린 6승 중 봉중근은 5세이브를 기록중이다. 세이브 상황에서 어김 없이 등판해 제 역할을 해냈다. 5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0. 잠실에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 신명나는 '봉중근표 쇼타임의 신호탄이 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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