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기록이 있고 기록이 축적되면서 생긴 속설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기록을 살펴보거나 속설을 따르고 투수가 타자와 상대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공격 역시 상대 투수와의 기록이나 속설 등에 따라 대타 작전을 펼칠 때도 있다.
삼성이 17일 포항 SK전서 기록과 속설에 따른 수비 전략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5회초 수비. 2사 3루서 삼성 선발 차우찬은 SK 1번 정근우와 상대했다. 그런데 차우찬은 정근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승부를 완전히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근우의 전날까지의 타율은 2할4푼2리. 정근우의 명성을 생각하면 분명 나쁜 타율이라 승부를 피하는 것이 의아했다. 차우찬이 정근우에게 약했다. 최근 3년간 피안타율이 무려 3할6푼8리(38타수 14안타)에 피홈런도 3개나 됐다. 게다가 정근우는 두번째 타석에서 강한 타구로 좌전 안타를 날려 차우찬과의 대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벤치는 정근우를 거르고 대신 2번 타자인 왼손 이명기와의 승부를 선택했다. 이명기는 전날까지 타율이 3할5푼으로 SK에서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명기는 왼손투수에게 2할7푼3리로 오른손 투수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차우찬과의 이전 두타석에서 1루수앞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명기는 삼성의 선택을 또다른 기록으로 이겨냈다. 이명기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4할1푼7리(12타수 5안타)였다. 그만큼 찬스에서 집중력이 좋았다는 뜻. 그 집중력으로 차우찬으로부터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냈고 3루주자 박정권이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이어 3번 최 정의 우월 스리런 홈런까지 터져 순식간에 4-1로 역전.
6회에도 삼성은 이명기를 잡기 위해 왼손투수를 올렸으나 이명기는 또한번 속설을 깼다. 삼성의 두번째 투수 신용운이 2사 2루서 정근우와 풀카운트 접전끝에 볼넷을 내주자 삼성은 이명기 타석에서 왼손 박근홍을 올렸다. 이명기는 다시한번 중전안타를 때려냈고, 최 정과 한동민의 안타까지 이어지며 점수는 8-2로 크게 벌어졌다.
SK 선발 레이예스는 8이닝 동안 6안타를 내주고 3실점으로 막아내는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두산의 김상현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최 정은 스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에 5타점을 쓸어담는 괴력을 뽐냈다.
SK는 삼성에 8대3의 완승을 거두고 지난주말 NC에 당했던 뼈아픈 2연패의 악몽을 씻어내며 다시 5할승률(6승6패)로 복귀했다.
포항=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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