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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검객'최병철,SK텔레콤그랑프리 출전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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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초이(Choi)'가 나오지 않아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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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이탈리아 에이스 안드레아 카사라는 지난 28일 종료된 SK텔레콤국제그랑프리펜싱대회 2관왕에 올랐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미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8피리어드 6점차 열세를 뒤집으며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톱랭커다운 우월한 경기력을 뽐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초이'를 언급했다. "초이가 나오지 않아 정말 섭섭하다. 다른 동료들의 생각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프랑스의 줄리앙 메르틴 역시 인터뷰 도중 '초이' 이야기를 꺼냈다. "'초이'와 프랑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프랑스 펜싱선수권 4강에 진출했다. 실력도 좋고 정말 유쾌한 친구다. 유럽 대회에선 봤는데, 이번 대회엔 왜 안나왔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SK텔레콤그랑프리펜싱대회에서 세계적인 에이스들이 이구동성 언급한 '초이'는 한국의 펜싱 에이스 최병철(32·화성시청)이다. 세계랭킹 9위의 국내 톱랭커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남자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변칙적인 공격스타일과 유쾌한 언변으로 '괴짜검객'이라는 별명과 함께 스타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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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펜싱협회는 SK텔레콤 그랑프리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병철의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 있는 줄만 알았던 최병철이 지난 27일 결선 첫날 관중석에 나타났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친구들과 인사하려고 들렀다"고 했다. "왜 뛰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뛰지 않아서라고 들었는데…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오늘 외국친구들과 심판들에게 이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최병철은 프랑스 경기일정이 끝난 4월 중순 귀국했다. 대회 참가를 신청했지만,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출전자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직후 프랑스리그에 진출한 탓에 지난해 12월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국가대표는 물론 상비군, 클럽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했다. 그러나 유독 에이스 최병철은 제외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그랑프리와 독일 본에서 열린 A급 월드컵에는 잇달아 출전했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선 피스트를 밟지 못했다. '선발전'이라는 '국내법'에 갇힌 탓이다. 이번 대회는 여자선수에게는 그랑프리, 남자선수에게는 A급 월드컵으로 규정됐다. A급 월드컵은 올림픽, 세계선수권,그랑프리 다음으로 랭킹포인트가 높다. 이 대회에서 2차례나 3위에 오른 최병철 개인으로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포인트를 올릴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이 대회의 포인트를 놓친다는 것은 올시즌 태극마크를 달기 힘들다는 뜻이다. 향후 세계선수권 출전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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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은 현재 명실상부한 플뢰레 톱랭커다. 팬들과 유럽 톱랭커들이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다. 최병철의 출전은 대회 흥행과 홍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남자펜싱은 저조했다. 64강, 32강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손영기가 나홀로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다. 단체전에서도 8강에서 미국에 45대36으로 완패했다. 순위결정전에서 우크라이나를 꺾고 겨우 7위에 올랐다. 안방에서 열린 펜싱잔치에서 실력있는 스타급 선수를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물론 규정은 중요하다. 스타선수라고 특혜가 있어선 안된다. 그러나 이미 클럽선수 자격으로 유럽대회 출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규정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국가대표들만 출전하는 올림픽, 세계선수권이 아닌 공인 월드컵 대회,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국가별 8~12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포인트를 쌓는 월드컵 대회였다. '세대교체' 명분만큼 안방 성적도 중요했다. 어린 유망주를 이끌어줄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선배 한두명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런던올림픽이 배출한 수많은 '펜싱스타'들을 펜싱 흥행에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런던올림픽 '세계 2강' 이후 펜싱클럽, 동호회가 급증하는 호재를 놓쳐선 안된다. 최병철의 불참을 두고 일각에선 "특정팀 선수"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장사 SK텔레콤이 변화와 개혁을 선언한 마당에 불필요한 억측은 화합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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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종목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방향성과 결과는 달랐다. 지난 3월말 국제탁구협회(ITTF) 공인 코리아오픈엔 독일리그에서 활약중인 '백전노장' 유승민이 뛰었다. 유승민도 런던올림픽 은메달 직후 독일행을 택했다. 국가대표선발전을 치르지 못했지만, 삼성생명 소속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국내 팬들 앞에서 혼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후배들을 모두 제치고 단식 8강에 올랐다. 대한민국 남자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팬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투혼의 유승민을 향한 사인공세가 쇄도했다.

규정의 벽을 넘은 '생각의 차이'다. 펜싱 발전과 흥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승적이고 유연한 마인드가 아쉽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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