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린샤 클럽'은 천당과 지옥을 의미한다.
1962년 칠레월드컵 4강전에서 '가린샤 클럽'이 탄생했다. 브라질이 개최국 칠레를 4대2로 꺾은 이날, 브라질 공격수 가린샤는 두 골을 넣는 등 맹활약을 펼쳤지만 종료 8분을 남긴 상황에서 거친 파울로 퇴장당했다. 이후 한 경기에서 골도 넣고 퇴장도 당한 선수를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이승기(25·전북)가 K-리그판 '가린샤 클럽'에 가입했다. 그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0라운드에서 전반 8분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에게 주어진 '선물'은 레드 카드였다. 그는 유니폼 상의를 끌어올려 머리를 덮는 세리머니를 했다. 규정상 금지된 세리머니다. 경고가 주어진다. 그는 전반 5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다. 다행히 전북은 수적열세에도 똘똘뭉쳐 한 골을 끝까지 지켰다. 이승기의 골은 결승골이었다.
경기 후 그는 어린이 날의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다. 깜빡했단다. 이승기는 "골을 넣은 후 너무 기뻐 흥분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카드가 한 장이 있다는 것을 잊었다"며 "세리머니까지 잘하고 우리 진영으로 넘어왔는데 심판 선생님께서 '너 이제 나가야 된다'고 하기에 당황스러웠다. 유니폼을 조금만 들어 올렸다고 해봤지만 소용이 없더라"고 웃었다.
동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해피엔딩으로 휘슬이 울린 후 그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승기는 "골 넣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위로해 준 형들도 있었다. (이)동국이, (김)상식이 형은 웃으면서 벌금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에닝요는 바보라고 하더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이승기는 이날 생애 첫 퇴장을 받았다. 그는 "축구하면서 퇴장은 처음 받은 것 같다. 규정을 알고 있었는데 내 잘못이었다. 세리머니라 당황스러웠다. 심한 파울이나 더티한 파울로 퇴장당했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라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골은 기가 막혔다. 그는 차두리와의 1대1 대결에서 따돌린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그는 "두리 형을 대표팀에서 처음 알게됐다. 조언도 많이 해줬다. 경기장에서는 오늘 처음 만났다. 별다는 생각없이 내 플레이 하자고 생각했다. 때마침 찬스가 와서 볼을 잡아 꺾었는데 두리 형이 쉽게 먹어주더라"며 "후배를 사랑해서 그런 것 같다(웃음). 슈팅을 찼는데 잘못 맞았나 생각했다. 볼이 골문으로 들어가길래 그 때 정신줄을 놓았다. 빈곳을 본 것이 아니라 그냥 골대에다 찼다"며 꾸밈없이 얘기했다.
실수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전북은 승점 3점을 챙겼고, 전주성은 이승기의 날이었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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