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7)은 지난 겨울 친정팀 SK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잘 되지 않았다. SK는 계약기간 2년을 제시했다. 이호준은 짧다고 봤다. 좀더 길게 할 수 있었다. 그때 9구단 NC가 원소속 구단과 협상에 실패한 이호준을 모셔갔다. NC는 이호준이 젊고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과 잘 섞일 것으로 봤다. 이호준은 입담이 좋고 성격이 원만하다. 이호준은 자신을 필요로 한 NC와 의기투합했다. 3년에 총액 20억원에 바로 계약했다. 두 번째 FA 계약이다.
그에게 NC행은 도전이었다. 그의 나이 올해로 37세. 야구 선수 나이로 환갑에 가깝다. 1994년 해태(현 KIA) 고졸 신인으로 프로 입단, 96년부터 1군에서 뛰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SK 유니폼을 입었고, 다시 NC로 이적했다. 선수 이후의 삶을 생각할 나이에 이호준은 모든 것이 익숙한 SK 보다 낯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도전의 길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는 주장에 4번 타자까지 떠맡았다.
NC는 개막전부터 7연패했다. 3승 이후 또 9연패에 빠졌다. 이호준은 자발적으로 머리카락을 삭발에 가깝게 잘랐다.
그는 화려한 스타가 아니다. 겉모습도 그렇고 쇼맨십이 뛰어나지도 않다. 타이틀은 2004년 타점왕(112타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호준은 속이 꽉찬 영양가 만점 선수다. 이번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타율은 2할5푼으로 그저 그렇지만 29타점으로 이 부문 4위. 홈런 5개로 공동 5위다. 가장 주목할 건 득점권 타율이다. 무려 4할4푼7리. 당당히 1위다. 득점권에서 17안타로 가장 많은 히트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호준은 NC의 해결사다.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한방을 쳐주고 있다. 성적이 그걸 말해준다. 이호준은 '2013 프로야구 스포츠조선 테마랭킹' 5월 둘째주 타자 클러치 능력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클러치 능력은 찬스에서 얼마나 집중력있는 타격을 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타점과 득점권 안타를 합친 클러치 지수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이호준은 이번 시즌 타점 29개와 득점권 안타 17개로 클러치 지수 46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이호준을 놓친 SK가 아쉬워 할만 하다. SK는 이호준의 빈 공백을 결국 트레이드로 메웠다. KIA에 우완 송은범을 주고 김상현을 데려왔다.
SK의 중심타자 최 정(타점 33개, 득점권 안타 12개)이 이호준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KIA 최희섭(클러치 지수 43),넥센 박병호(41), 두산 홍성흔(39)이 뒤를 따랐다. 지난 4월 첫 타자 클러치능력에서 1위를 했던 KIA 신종길(33)은 공동 6위로 떨어졌다. 그는 최근 어깨 부상으로 주춤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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