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29)이 얻어맞고 있다. 그래도 KIA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다.
KIA의 시즌 초반 최대 고민거리는 바로 '필승조의 부재'였다. 마무리는 앤서니로 확정했는데, 선발과 앤서니의 사이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지켜줄 만한 투수가 부족했다. 베테랑 최향남은 4월 초반까지 선전하던 모습을 보여주다가 구위 저하로 현재 2군에 내려갔다. 지난해 필승조 박지훈도 구위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유동훈이 있지만, 혼자 버티기에는 힘에 부친다.
그래서 내린 결단이 트레이드를 통한 필승조 영입이었다. 지난 6일 김상현과 진해수를 내주고 SK에서 송은범과 신승현을 받아오기에 이르렀다.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송은범의 영입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데다 우승경험까지 갖춘 송은범이 팀에서 필승조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했다.
송은범은 분명 뛰어난 필승조의 조건을 모두 갖고 있다. 연투 능력도 되고, 150㎞에 달하는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변화각이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두둑한 배짱까지 갖췄다. KIA에서의 데뷔전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 8일 광주 롯데전에서 1-3으로 뒤진 7회에 나와 1⅓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여 무안타로 막아냈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의 경기에서는 계속 얻어맞고 있다. 12일 포항 삼성전에서 4-1로 앞선 8회에 등판해 5안타를 집중적으로 얻어맞으며 3점을 내줘 패전투수가 되더니 14일에는 2-0으로 앞선 8회초에 나와 1사 후 SK 최 정에게 솔로홈런을 내줬다.
두 차례 연속 필승조로 나왔으나 깔끔한 피칭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송은범의 존재가 KIA에 미치는 영향력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두 경기에서 얻어맞긴 했어도 여전히 벤치와 동료들의 신뢰는 두텁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 감독은 지난 12일 송은범이 연타를 맞아 승리를 날린 점에 대해 "그래도 볼을 계속 내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얻어맞는 게 (투수에게는) 낫다"고 평가했다. 송은범이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했다는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물론, 패전을 떠안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좋아보일 리 없다. 하지만 한 두번 얻어맞았다고 해서 금세 필승조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는 없는 일이다. 선 감독은 송은범의 구위와 승부사 기질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필승조가 없었던 선발들은 "그래도 송은범은 경험이 풍부하다. 안타를 맞았지만, 구위는 매우 좋다"고 입을 모은다. 초반 새 팀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실패가 있었더라도 길게 보면 송은범의 존재로 인해 투수들이 보다 안심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의 효과도 있다. 송은범의 노하우와 경험이 다른 투수들에게 발전의 계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 14일 광주 SK전 승리투수가 된 김진우는 승리소감으로 다소 의외의 말을 했다. "송은범 선배가 던지는 슬라이더에서 많이 배웠다"면서 "송은범 선배의 그립이나 노하우를 배워 써봤더니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김진우는 슬라이더로 꽤 재미를 봤다. 이전까지 김진우는 직구와 커브가 결정구였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슬라이더를 가장 많이 던졌다. 총 99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중 26개가 슬라이더였다. 기존에도 슬라이더를 던지긴 했지만,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송은범의 슬라이더에서 착안해 스스로 가진 구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송은범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 중 하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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