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딸의 골프백을 메는 아버지들이 많다. 이들을 일명 '골프 대디(Daddy)'라고 부른다.
프로 골퍼들이 아버지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막상 골프를 시작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자 프로의 경우 주니어 시절부터 프로가 될때까지 최소 10년동안 투자를 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골프 대디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캐디로 나선다. 또 레슨비를 아끼기 위해 독학으로 딸에게 골프를 가르치기도 한다. 엄청난 고생길이다.
골프 대디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우승 소식이 들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설대회인 E1 채리티 오픈에서 김보경(27)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보경은 2일 경기도 이천의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장(파72·6496야드)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3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냈다. 2008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김보경은 5년여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김보경은 시즌 상금 랭킹 6위(1억5500만원)로 올라섰다.
이날 김보경의 캐디백은 아버지 김정원씨(57)가 들었다. 김보경 역시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고, 돈을 아끼기 위해 아버지가 직접 캐디로 나섰다. 또 골프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우승 이후 김보경은 "전담 레슨 코치를 둔 적이 한번도 없다. 아버지와 프로 생활을 9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전 한 차례 우승을 했지만 투어 생활을 이어가기엔 넉넉한 경제 사정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고향인 부산에서 자동차를 몰고 대회장을 찾는다고 한다. 샷이 잘 되지 않을때도 물어볼 코치가 없다. 대신 아버지와 상의해서 샷을 교정한다. 김보경은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시고, 나는 느긋한 편이라 다투기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아버지가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우승의 원동력이 된 9번홀(파4) 버디도 아버지의 조언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보경은 "두번째 샷을 4번 아이언으로 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을 쥐어 주셨다"고 말했다. 180야드를 남기고 친 이 샷은 그린 가장자리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붙었다. 한뼘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김보경은 다음 홀에서도 버디를 잡고 우승을 향해 치고 나갔다.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그냥 무덤덤했다는 김보경은 "나는 괜찮았는데 아버지는 뒤에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다"고 했다.
한편 김보경과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슈퍼 루키' 김효주(18)는 김보경에 2타 뒤진 2위(8언더파 208타)에 올랐다. 김효주는 11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홀 옆 한뼘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동타를 만들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하지만 17번홀(파3)에서 3m짜리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 김보경을 1타차로 압박할 기회를 놓쳤다.
지난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자인 장하나(21)는 7위(5언더파 211타)에 머물렀지만 시즌 상금 랭킹 1위(3억1000만원)를 지켰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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