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떠난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다.
올시즌 한화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바티스타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스토퍼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구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무기인 직구 스피드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바티스타는 14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7안타 5실점(4자책점)을 하며 힘든 투구를 했다. 삼진은 6개를 추가해 시즌 97개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했지만, 실점이 많아 시즌 6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지난 2일 대전 NC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이후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날 바티스타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147㎞에 머물렀다. 평균구속도 140㎞대 초반이었고, 138㎞짜리 직구도 눈에 띄었다. 주로 150㎞ 안팎의 직구를 던져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스피드 감소가 '별 것 아니다'는 시선으로 보기는 힘들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9일 인천 SK전에서도 바티스타의 직구 스피드는 평균 140㎞대 중반 정도였다.
바티스타는 150㎞ 안팎의 빠른 직구와 130㎞에 이르는 빠른 커브, 130㎞대 후반의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구종간 큰 구속 차이와 커브의 낙차, 슬라이더의 제구력 등을 앞세워 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는 그의 강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투구수 103개중 직구 37개, 슬라이더 45개, 커브 17개, 투심 4개를 각각 던졌는데, 특히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보였다. 2회말에는 무사 1루서 박종윤에게 몸쪽 낮은 직구를 던지다 투런홈런을 맞았다. 구속은 139㎞에 불과했다.
박종윤은 경기후 "바티스타의 직구가 평소보다 느려 타이밍을 늦게 잡고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밝혔다. 이어 전준우와 신본기에게도 직구를 던지다 안타를 맞았는데, 구속은 각각 144㎞, 138㎞였다. 직구가 말을 듣지 않자 3회부터는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5-4로 앞서 있던 5회말 2개의 볼넷이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날씨가 더워지는 시즌 중반 스피드가 줄어들 이유가 없는데, 바티스타에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실 이날 롯데-한화전이 열린 부산 지역은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고, 기온은 섭씨 22도로 예년보다 낮았다. 그렇다 쳐도 강속구 투수인 그가 150㎞ 직구를 단 한 개도 던지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바티스타는 지난 2일 NC전서 8이닝 1실점으로 시즌 5승을 따낸 뒤 "제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속을 조금 줄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바티스타의 제구력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제구력에 신경쓰게 되면 구속은 줄게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구속 저하폭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9일 SK전서도 6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히 몸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기는 힘들다는게 현장의 분석이다. 바티스타의 구속 저하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향후 몇 경기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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