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는 줄였다. 그러나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54)의 뚝심이 돋보였다.
한국과 이란, 최후의 승부는 양팀 사령탑의 '설전'으로 문을 열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외신을 통해 소개된 '설전'을 지켜본 FIFA는 17일 양팀 매니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재철 A대표팀 매니저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팀 감독들이 개인 감정을 건드리거나 상대를 비방하는 멘트를 자제해달라고 FIFA가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당당했다. 할 말은 했다. 결전을 하루 앞둔 1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불안한 것 같다. 부담이 가는 경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쫓기면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쓸데없는 도발을 하게 된다. 나는 분명히 한 마디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홈에서는 절대 승리를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훈련도 확실하게 했다. 정신력, 응집력도 좋다. 초반 기싸움이 관건이다. 충분히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기자의 도발성 질문에도 돌직구를 날렸다. 'FIFA에서 권장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왜 안하냐'라는 질문에는 "아름다운 경기는 경기장에서 하는 것이다. 장외에서 일어난 쓸데없는 얘기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경기장 안에서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얘기가 어떻게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 감독이 심한 얘기를 했다. 더 이상 얘기를 안하겠다. '경기장 안에서 발생되느냐'를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전은 지난 1년6개월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의 종착역이다. 최 감독은 그간 소회를 밝히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그는 "최종예선까지만 감독을 맡는 시한부 역할이다 보니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훈련을 한 선수들과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미흡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란전에선 대표팀에 대한 여러가지 불안 요소를 걷어내고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꼽은 이란전 화두는 '정신력'이다. 그는 "3주째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지만 잘 극복했다. 훈련을 오래하다보니 생활과 훈련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몸 상태나 선수들의 집중력이 상당히 좋다. 또 전술, 팀 밸런스도 좋다. 내일 경기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과거 이란전을 보면 축구 외적인 부분이 작용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새 얼굴들의 활약이다. 김남일(인천)과 곽태휘(알샤밥)가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90분을 모두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체 자원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최 감독은 "베스트11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다. 곽태휘와 김남일은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90분을 소화하기에는 무리다. 다른 선수들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공격진 걱정은 안한다. 미드필드나 수비 쪽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나선다.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정신력도 갖췄다. 그 선수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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